고촌 이종근 회장 탄생 100주년 배움의 한 종근당고촌재단으로 46년간 8086명 436억원 지원

1968년 美 FDA승인 국내 첫 획득 ‘후진국병’ 결핵퇴치에도 앞장 WHO ‘고촌상’ 제정 이어져 국민건강 함께한 ‘제약 프론티어’

“가난해서 배우지 못하는 학생이 없는 사회, 가난해서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 없는 사회, 많은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사회를 꿈꿉니다.”

각급학교의 졸업, 입학, 개강을 전후한 지난 2월 22일 종근당 고촌재단은 321명에게 총 12억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1인당 평균, 대학생 한 학기 등록금쯤 되는 금액이다. 이와는 별도로 지방출신 대학생 144명에게는 서울 동교, 휘경, 중곡동에 있는 종근당고촌학사 무료 입주권을 줬다. 민간 장학재단 첫 주거지원시설이다. 현재 여성전용기숙사 건립도 한창이다.

고촌(高村)은 고(故) 이종근(李鍾根) 종근당 회장의 호이다. 3.1 독립운동이 일어났던 1919년 9월 충남 당진 작동마을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보통학교(초등학교)만 졸업하고는 철공소 견습공, 정미소 쌀 배달원 등을 하면서 번 돈을 집안살림에 보태고, 자전거 약품 행상을 하면서 제약의 꿈을 키워, 오늘날 국내 최고 명성의 종근당을 일궈냈다.

그에게 한맺힌 것은 배움이었고, 성공을 일군 출발은 환난구휼의 마음이었다고 창업 공신들은 전한다. 병 고칠 약을 만드려는 연구개발 열정이 소담스런 결실을 거두는 동안 장학금을 꾸준히 기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종근당고촌재단은 1973년 이 회장의 개인 재산으로 만들어졌다. 재단은 지난 46년간 8086명에게 무려 436억원을 지원했다.

약업보국(輔國)-약업건민(健民). 그는 ‘좋은 약 지어 나라를 돕고, 국민을 건강하게 한다’는 소명을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이는 ▷국산 제약 연구개발의 성공 ▷못배우는 사람이 없는 나라 ▷약이 없어 병을 못 고치는 사람 없는 나라 만들기를 향한 실천으로 나타난다.

소(牛) 막사와 공동묘지 등에 피란촌을 짓고, 식량배급 5분전(前) ‘개판 오분전’의 아비규환을 연출했던 부산 피란시절, 국민 건강과 위생 상 심각한 문제들을 목도한 이종근 회장은 위험을 무릅쓴 채 공산 치하의 서울 공장에 잠입해 원료를 갖고 다시 부산에 가, 외상 치료 연고, 회충약, 빈대약을 만들었다. ‘약업건민’ 소명의식이 실행된 대표적 예이다.

그는 늘 동료들에게 “우린 약을 만드는데 그쳐선 안 된다. 우리가 만든 약을 필요로 하는 사람 곁에 항상 우리 약이 있게 하는 사명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은 그렇게 버는 것이다. 국민에게 꼭 필요한 것을 기필코 만들어 내어 삶의 여건을 개선해주고 대가를 받는 것. 번 돈은 다시 나눴다.

일찌기 51년전인 1968년, 모두가 고개를 가로젓던 미국 FDA 승인을 국내 처음으로 획득함으로써 한국 제약을 바라보는 지구촌의 시선을 놀라움으로 바꿔 놓은 일, 원료 합성공장을 완공해 의약품 생산의 국산화 길을 열고 나아가 한국 제약기업으로는 최초로 일본 등지에 수출 까지 한 일은 ‘약업보국’의 대표적 단면이다.

그는 평소 ‘송곳은 끝부터 들어간다’고 했다. 일의 시작과 기초를 중시하고, 일관성과 집념을 투영한 말이다. 집념은 1980년 자체 기술로 세계에서 4번째로 항결핵제를 개발하는 쾌거로 이어졌다. 국민을 ‘후진국병’ 결핵에서 해방시키고 나라를 결핵국가에서 졸업시켰다. WHO(세계보건기구) 산하 결핵퇴치 국제협력사업단은 결핵퇴치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이종근 회장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6년 고촌재단과 함께 국제상 ‘고촌상(Kochon Prize)’을 제정했다. “이 회장님, 탄생해주셔서 고맙소.” 결핵을 앓아본 국민은 이 회장 탄생 100주년의 감회가 남 다르다.

1976년 대한약품공업협회 회장을 하면서 의약도서실, 공동실험실, 의약정보센터를 설치하고 국제 협력을 증진시키기도 했던 고촌은 대통령 표창 2번, 훈장 3번(개인1회, 법인2회)을 받았고, 1993년 2월7일 향년 75세로 소천했다.

식약처 집계 결과 지난해 제약사-병원을 통틀어 가장 많은 임상시험을 했던 종근당은 이 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아 ▷나눔 활동 확대 ▷지구촌 시장 다변화 ▷첫 바이오시밀러 일본 시장 진출 ▷인도네시아 항암제 공장 완공 ▷오픈 이노베이션 확대 ▷박사급 9명으로 구성된 타겟발굴실을 통한 연구개발 고도화 등에 진력하고 있다. 고혈압, 고지혈, 당뇨, 대장암, 자가면역질환 등 신약은 3상 또는 2상 막바지 연구가 진행중이다.

‘프론티어’ 이종근 회장이 세상의 빛을 본지 100년, 한국제약은 2019년 지구촌 곳곳에서 태극기 휘날리며 약업건민의 정신을 인류애로 확장하고 있다.

함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