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위력으로 네차례 걸쳐 간음… 피해자 취약한 처지 이용” -“성폭행 사건 심리 때는 양성평등 성인지 감수성 잊지 말아야”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도지사 지위를 이용해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54) 전 충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홍동기)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5년간 취업제한도 뒀다.
재판부는 안 지사가 받는 혐의 중 충청남도 도지사 사무실에서 일어난 추행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혐의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는 도지사이자 유력 대권 주자로 자신 보호ㆍ감독을 받는 피해자를 업무상 위력으로 네차례에 걸쳐 간음했다”고 밝혔다. 또 “도지사와 비서라는 관계로 인해 지시에 순종해야만 하고 내부사정을 쉽게 드러낼수 없는 취약한 처지를 이용해 범행 저지름으로써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피해자 김지은(34) 씨의 증언 신빙성을 인정했다. 오히려 재판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안 전 지사측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본격적으로 유무죄를 따지기 전에 관련 법리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을 했다. 재판부는 “성폭행 성희롱 사건 심리할 때는 성차별, 양성평등, 성인지감수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경우, 진술을 가볍게 배척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쟁점이었던 ‘업무상 위력 행사’ 에 대해서도 “위력이란 자유의사 제압이 충분한 것을 말하고 유형,무형을 묻지 않으므로 행위자의 정치적ㆍ사회적ㆍ경제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감독자 간음죄는 피해자 의사에 반하여 이뤄져야 성립하는 범죄"라며 "피해자가 명시적 의사표시를 하거나, 하지 않았더라도 당시의 구체적 상황과 정황을 종합해 동의하지 않았음이 인정되면 성립된다. 이 경우 명시적 합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김 씨가 생방송에 출연해 안 지사의 성폭행 사실을 폭로하기 직전인 서울 마포 오피스텔에서의 성폭행 역시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닌, 피해자 의사에 반해 업무상 위력으로 간음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반복해서 연락해 대전에서 오게 된 것”이며 “안 전 지사는 피해자가 여전히 자신의 정무비서로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가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면서 간음했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업무상 상하관계에 있는 것을 빌미로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김 씨와 강제로 네 차례 성관계하고 여섯 차례 추행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은 ‘업무상 위력’ 관계가 존재하지만, 김 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thin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