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축소·구조조정…강사 대량해고 외국인 강사 채용·강의 몰아주기 등 시간강사 지원금 288억 예산도 부족
“강사법이 작년 국회를 통과할 때만 해도 이젠 좀 여건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강의 축소와 구조조정이었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지난 2017년부터 시간강사로 근무했던 전모(39)씨는 작년말 강의 폐강, 사실상 구조조정 통보를 받았다. 전씨는 지난해 3학점 짜리 강의 3개를 담당했지만 방학을 빼고 지난해 받은 월급은 160만원 안팎이었다. 강사법 시행으로 환경이 개선되기보다는 아예 강단에서 쫓겨나게 됐다.
전씨처럼 오는 8월 대학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 일명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강의 축소와 구조조정으로 시간강사의 설 자리를 줄이고 있다.
▶강사법 시행전 시간강사 줄이기 등 대학 꼼수 백태= 28일 대량해고에 반대해 대학강사들이 만든 네트워크 ‘분노의 강사들’과 한국비정규교수노조를 비롯한 대학강사 단체들에 따르면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일부 대학들이 강사를 줄이기 위해 각종 편법을 쓰고 있다. 시간강사 강의를 전임교수들에게 주거나, 세 명의 강사가 하던 강의를 강사 한 명에게 몰아주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외국인 강사는 강사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한국인 강사를 해고한 뒤 외국인에게 강의를 시키는 대학도 있다.
‘분노의 강사들’의 한 회원은 “일부 대학들이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시간강사들의 강의를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며 강사를 해고하고 있다”며 “시간강사 대량해고는 학생들의 학습권 피해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방의 A대학은 강사를 줄인 공백을 채우기 위해 정원 100명이 넘는 대형강의와 온라인강의가 늘리고 있다.
서울의 B대학은 80여개의 교양과목 폐강하고 졸업 이수학점을 100학점으로 축소하기도 했다. 또 수도권의 C대학의 경우는 외국인 학생들은 저항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외국인 전용 교양과목 10여개를 폐강하기도 했다. 일부 대학들은 ‘초빙대우 교수’라는 낯선 이름을 만들어 재계약을 요구기도 했다.
▶강사법ㆍ지원예산도 문제=강사법이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한다고 했지만 대학들이 빠져나갈 허점이 수두룩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시간강사는 3년간 임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는 것으로 평가에 따라 강의를 주지 않아도 된다. 계약은 1년 이상이 원칙이지만 한 학기만 강의를 줄 수 있고, 주당 강의시간은 6시간을 기본으로, 필요에 따라 9시간까지 늘릴 수 있다. 이에 따라 4대 보험 가운데 건강보험은 근무시간 규정에 못 미쳐 가입자격이 안 돼 대학이 부담하지 않아도 되고, 퇴직금도 지급 대상도 되지 않는다.
또 교육부가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확보한 288억원의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사립대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으로는 217억원이 지원된다. 국립대 강사 처우개선비는 71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국회예산정책처가 추정한 시간강사 처우 개선 대학 추가 필요 예산 679억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대학 총장들과 만나 “시간강사의 고용과 처우 개선에 총장들이 함께 노력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대학들은 반값등록금과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상황이 열악해졌다는 말만 반복할 뿐 시간강사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 재정이 최근 10년간 많이 열악해졌다”며 “강사 처우개선 예산도 각 대학에 있는 시간강사 수를 고려한다면 터무니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했다.
박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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