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실회의서 최저임금 시행령 논의…탄력근로제 등 비공식 조율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녹실(綠室)회의’를 부활해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비공식 의견 조율을 하면서, 앞으로 녹실회의가 쟁점 현안 조정 창구로 부상했다.
홍 부총리는 이를 통해 최저임금은 물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이나 ‘카풀’을 비롯한 공유경제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현안을 협의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 현안은 그 동안 경영계와 업종별 단체ㆍ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었던 사안들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홍 부총리가 이를 통해 얼마나 원만한 타협점을 도출할지 주목된다. 홍 부총리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녹실회의는 경제부총리가 관계부처 장관들을 소집해 비공개로 현안을 조율하던 회의로, 서울 광화문의 정부서울청사 부총리 집무실 옆 회의실 카펫과 가구가 녹색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고(故) 장기영 경제부총리가 이를 통해 주요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부의 공식 의사결정은 국무회의에서 이뤄지지만, 그 막후회의로 기능했던 것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11일 부총리로 내정된 직후부터 소통의 중요성과 이러한 비공식 의견 조율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경영계는 물론 노동계ㆍ사회단체 등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다양한 통로의 비공식 회의를 열어 정부 의견을 조율하고, 대외적으로 발표할 때엔 ‘하나의 목소리(one voice)’를 내도록 함으로써 정책 혼선과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었다.
그 첫걸음이 23일 열린 녹실회의였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후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무조정실 등 관계장관들을 소집해 2시간 30여분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의 주휴 수당 포함 여부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이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20일 차관회의를 통과했으나, 경영계가 반발하면서 파장이 확대되자 24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하기 이전에 홍 부총리가 사전 조율에 나선 것이다.
홍 부총리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이외에도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얼마로 할지, 택시 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카풀 공유서비스 도입 등 핵심쟁점 현안에 대한 의견을 녹실회의 등 비공식 논의를 통해 적극 조율해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비공식 의견 조율의 성과를 낙관하긴 힘들어 보인다. 이해집단들의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킬 타협점이나 합의점을 찾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탄력근로시간을 놓고는 정부가 현행 3개월을 6개월~1년으로 연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노동계가 총파업에 나서면서 극한 대립을 보였고, 카풀 공유서비스에 대해서도 택시업계가 집단행동에 나서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결국 갈등에 대한 조율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며, 정부의 정책 방향과 의지, 이를 국민들에게 전달ㆍ설득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홍 부총리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현안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그의 리더십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hj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