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10일 이임 기자간담회를 끝으로 1년6개월간의 경제사령탑 역할을 내려놓고 ‘자연인 김동연’으로 돌아갔다. 김 전 부총리는 기획재정부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이임사를 전하는 것으로 별다른 퇴임식은 갖지 않았다.
현 정부 최대 역점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되레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하는 등의 역효과를 낳으며, 경제정책의 책임자인 김 전 부총리가 사실상 경질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김 전 부총리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부정적인 면보다는 진정한 관료의 자세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김 전 부총리가 이제껏 어느 정부에서도 시도해 본 적 없었던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실험적 경제정책의 선봉에 서서 이를 국가경제에 안착시키려 고군분투했다는 점이 여론과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한 주요한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성장보다 분배의 성격이 강한 소득주도성장은 처음 제시됐을 당시부터 경제정책으로서의 효용성에 의문이 많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제로화’ 등 공공기관 중심의 일자리 확대 정책 등은 심각한 부작용과 함께 경제 성장동력까지 잠식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정통관료인 김 전 부총리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경제 전반에 안착시키는 데 전력을 다하면서도 이를 보완하기 위한 ‘혁신성장’을 이끌며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강화하기 위해 매진했다. 김 전 부총리 스스로도 “혁신성장을 우리 경제 큰 축의 하나로 어젠다화(化)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자평했다. 미-중 무역전쟁, 한-미 FTA 개정, 통화스와프 확대 등 굵직한 대외리스크를 큰 대과없이 관리했다는 점도 김 전 부총리에 대한 후한 평가를 가능케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김 전 부총리가 퇴장하는 순간까지 여론의 주목을 받게 한 것은 ‘할 일은 하되 할 말은 하는’ 고위 관료의 모범을 보여왔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높다. 김 전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와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단위기간 조정을 고려해야한다”거나 “단기간내 고용이 좋아질 것 같은 전망이 나오지 않는다”는 등 경제 현안에 대한 솔직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또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효과가 90% 라는 점에는 동의하기 힘들다”는 등의 발언으로 청와대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 투톱 간의 시각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이처럼 가감없는 쓴소리를 냈던 모습에 여론이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후임인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도 이같은 관료의 자세를 기대하는 여론이 높은 까닭이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김 전 부총리는 자리에 연연하기 보다는 우리 경제가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이끄는 데 노력했던 관료”라고 평했다.
igiza7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