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재료가 신선하다고해서 꼭 맛있는 요리가 되는 건 아니다. ‘창궐’이 딱 그 꼴이다. ‘창궐’은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夜鬼)가 창궐한 세상,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현빈 분)과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장동건 분)의 혈투를 그린 작품이다. ‘공조’로 호흡을 맞춘 김성훈 감독과 현빈의 조우로 화제를 모았고 제작비만 약 170억원이 투자됐다. 여기에 톱스타 현빈과 장동건이 캐스팅 됐고 조연들 라인업도 탄탄하다. ‘창궐’의 가장 큰 강점은 신선함이다. 야귀로 불리지만 좀비에 가까운 존재가 조선시대에 등장한다는 시도는 색다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이라는 것만으로 보고 싶은 마음을 끌어낸다. 그리고 그 기대를 확실히 채워준다. ‘창궐’은 오프닝부터 사람이 야귀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그 짧은 순간만으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몰입도를 올린다. 비주얼 뿐 아니라 야귀의 움직임도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이런 좋은 재료를 가지고도 ‘창궐’은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맛을 구현해낸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음식들은 맛이 없진 않다. 다만 특별함을 찾아보긴 힘들다. 평균치의 맛을 낼 뿐이다. 무능한 왕과 그를 마음껏 조리하는 신하의 이야기, 그간 한국영화에서 너무 많이 봐왔던 설정이다. 그런 헬조선을 구하는 이는 왕위에도 관심 없는 자유로운 영혼인 왕자 이청이다. 그런 이청이 백성들의 실상을 보고 점차 각성해 야귀를 해치운다. 영웅의 서사가 너무 단조롭다. 이청의 감정선이 뚝뚝 끊어지다 보니 후반부에 확연하게 달라지는 이청의 모습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이청을 극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 많은 야귀떼가 뛰쳐나오고 김자준과의 혈투도 계속되는데 그 과정이 상당히 지루하다. 죽을 것 같으면서도 죽지 않는 불사조 같은 존재에 보는 이들이 먼저 지친다. 무능한 왕과 그걸 이용하는 신하의 모습, ‘이러려고 왕이 됐나’ ‘이게 나라냐’등의 대사는 김성훈 감독이 의도하지 않았을지는 모르겠으나 2016년 대한민국을 휩쓴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문제는 당대를 담아냈던 영화들이 한동안 너무 많이 나왔다는 점이다. 이 역시 식상함을 더한다. 야귀의 존재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국형 좀비물의 시작인 ‘부산행’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강렬한 비주얼과 현 사회를 반영한 듯한 설정으로 ‘부산행’은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부산행’이 개봉한 지는 벌써 2년이 지났다. ‘창궐’은 오히려 올해 개봉한 ‘물괴’와 닮아 있다. 조선판 크리쳐물에 도전했던 ‘물괴’는 기술적으론 호평을 받았지만 허술한 짜임새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창궐’ 역시 헐거운 스토리가 장점을 앗아가고 있다. 시대를 잘못 타고난 지도 모르겠다. 몇 해 전에만 개봉했어도 신선하다는 평을 얻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락 영화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했다. 그런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바로 이청 역의 현빈과 야귀떼의 격투신이다. ‘공조’에서 화끈한 액션을 선보인 바 있는 현빈과 김성훈 감독의 이유 있는 조우다.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창궐’에서 빛난다.‘창궐’은 오는 25일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