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하도급법을 위반해 벌점이 쌓인 기업을 공공입찰에서 배제하는 제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방치로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34개 업체가 벌점 기준을 넘겼지만 입찰제한을 의결한 업체는 3곳에 불과했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공정위로부터 받은 2015년 6월부터 3년간 하도급법 위반 벌점 현황 자료를 통해 공정위의 부실한 벌점 관리를 지적했다.
공정위 하도급법 위반으로 첫 벌점을 부과받은 이후 3년 내에 5점을 초과하면 조달청 공공입찰에서 퇴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벌점은 처벌 수위에 따라 고발 3점, 과징금 2.5점, 시정명령 2점, 경고 0.25점 등으로 매긴다.
하지만 이 제도는 그동안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공정위 자료를 분석하면 최근 3년간 벌점 합계가 5점을 초과한 업체는 34곳에 달한다. 규정이 첫 벌점 이후 3년간 누적 벌점 5점 초과이기 때문에 실제 초과 업체는 34곳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자료에 담긴 벌점 수준을 분석한 결과 한일중공업은 벌점이 무려 기준의 4배에 달하는 19.25점이나 됐지만 아무런 조치를 받지 않았다. 이어 한화S&C(9.75점), SPP조선(9.5점), 화산건설(9.25점) 등도 벌점이 기준보다 2배 가까이 쌓였음에도 공정위는 손을 놓고 있었다.
GS건설(7.5점), 대림산업(6.5점), LG화학(6점), 대홍기획(5.25점) 등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도 기준선인 5점을 초과했지만 아무 제재도 받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3곳에 대해서만 공공입찰 참여 제한을 의결했는데, 모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이후 의결이 시작됐다.
문제는 또 있다. 공정위가 입찰 참가 제한을 의결해도 조달청이 참가 제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그대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15일 “조달청 행정처분이 있어야 실효성이 있다는 사실을 국감을 준비하면서 알게 됐다”며 “조달청을 비롯한 공공기관과 협의해 (다른) 유권 해석을 명확히 해 입찰 참가 제한 제도가 실효성 있게 적용되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문제점을 인정했다.
공정위는 지난 18일 벌점 제도를 강화한 개정 하도급법 시행령을 시행했다.
하도급대금 부당 결정ㆍ감액이나 기술자료 유출ㆍ유용 행위로 고발 조처되면 벌점을 5.1점 부과해 공공입찰에서 한 번에 퇴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등을 도입했다.
김병욱 의원은 “공정위가 제재를 하는 기준이 규정이나 지침 근거도 없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공정위 출신의 전관을 통한 로비를 시도하는 등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고, 제재 결과에 대해서도 기업이 납득하기가 어렵다”며 “명확하지 않은 기준은 더욱 심각한 불공정을 초래할 수 있기에 공정위 벌점 부과 체계 및 관리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과 개선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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