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동통신사·혁신금융사와 경쟁 가계빚 이미 많아 대출영업 한계 자산관리 역량 전향적 확대 필요 조직원 자율·창의·변화가 원동력

“시간은 계속 이어가는 것인데, 끊어서 성과를 본다는 게 어색하다.”

내달로 다가온 취임 1주년 평가에 대한 허인 KB국민은행장의 에두른 사양(辭讓)이다. 보수적인 ‘뱅커’ 사회에서 노조위원장 출신의, 젊은(1961년생)행장은 이례적이다. KB금융지주가 그를 택한 이유도 ‘다름’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몰아칠 금융혁신의 태풍에 대비하려면 ‘과거’보다는 ‘미래’를 내다볼 ‘남다른’ 리더가 필요해서다. 국내 최대 은행을 이끄는 허 행장에게 미래의 은행에 대해 물었다.

▶통신사와도 경쟁해야=“앞으로는 굉장히 플레이어들이 많아질 것 같다. 은행이라고만 굳이 안써도 P2P 회사 등 여러 형태가 가능할 것이다. 모든 비즈니스를 하는 은행은 그렇게 많지 않겠지만, 일부만 하는 곳은 많이 나올 것이다. 예금만 받는 곳, 대출만 해주는 곳, 송금만 해주는 곳 등 여러 형태가 가능해 보인다. 과거에 겪었던 변화보다 앞으로의 변화는 그 폭과 속도, 깊이, 범위가 완전히 다를 것이다”

허 행장이 그리는 미래 은행업은 완전경쟁에 가깝다. 현재의 과점형태와 생태계 자체가 다르다.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는 누굴까?

“고객정보도, 돈도 모두 많은 통신사, 전자상거래 회사 등이다. 과거에는 은행 정보와 자신들의 정보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디지털화로 자기가 더 잘 하겠다 생각할 지 모른다”

다만 은행 점포는 사라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50년전 대한민국 사람이 지금처럼 복잡한 금융상품을 이해했을까.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개인 소비자의 금융 수요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변덕스러워졌다. 까다로워진 소비자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50년 후에도 은행 점포는 없어지지 않고 존재할 것이다”

▶액수 보다 사람에 충실한 영업혁신=“이미 한국도 개인이 만들어 놓은 금융자산의 규모가 은행으로부터 대출받는 자산보다 훨씬 커졌다. 개인들의 금융자산에서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빚이 너무 많아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는 불가피하며, 어려워진 대출영업은 WM(자산관리)의 질적성장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자산의 80% 이상이 대출로 구성된 나라는 많지 않다. 우리도 자연스럽게 그 비중이 줄어들 것이다”

중산층이 기반이던 국민ㆍ주택은행의 뿌리를 잊지 않았다. ‘돈’에만 충성하는 은행이 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은행은 주로 상품을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일이다. WM은 돈 많은 사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보편적인 서비스가 돼야 한다. 돈이 많건 적건 간에 국민 모두가 ‘나름의 돈’을 관리해야 한다”

철저한 자기반성이 출발이다. 국내 금융사의 WM에 대해 ‘우물 안 개구리’라고 인정했다.

“국내 금융회사 중에 국민들이 맡긴 돈을 해외에 잘 투자해서 수익 돌려주고,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할 때 상품을 잘 만들어서 길을 열어줄 만한 곳이 많지 않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과 협업하거나 상품을 받아서 파는 정도에 그친다.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

▶ 경쟁ㆍ혁신의 성공 열쇠는 ‘자율’=“조직의 분위기가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일 때 조직원들은 자기 역량 발휘하지 못하고 우울하거나 힘들어 할 수 있다. 조직을 앞세우는 방법론은 완전히 폐기하긴 어렵겠지만 개인의 자율이나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법론이 일정 수준 필요하다. 타율 문화를 자율 문화로 만드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허 행장은 취임 첫해를 ‘자율 DNA’를 심는 데 주력했다. 스스로 “색깔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 낮추면서도 유독 강조한 대목이 ‘자율’이었다. 자율경영 PG(지역본부) 운영을 2년째 하고 있는 것도 ‘자율 DNA’의 성과를 면밀히 분석하기 위해서다. 국민은행은 전국 PG 138개 중 3개를 자율경영에 맡기고 있다. 자율 강조의 ‘대의’에는 동의하면서도 성과 저하를 우려하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실험이다.

“현실 경영자로서는 밀어붙이는 영업으로 창출하던 성과가 자율로 인해 느슨해지지 않겠냐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해야한다. 단기가 쌓여서 장기가 되는 것인데 장기적으로 옳다는 것은 이해하면서도 지금은 아니라고 하면 영원히 미루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

홍성원ㆍ도현정 기자/kate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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