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도 NO, 여행도 NO” ‘무계획’ 추석 연휴 -북적대는 명절 옛말…핵가족화 가속이 원인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1. 직장인 이모(48) 씨는 이번 추석 연휴동안 조용히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같은 지역에 있는 본가에 가서 밥만 같이 먹을 뿐 차례도 지내지 않는다. 가족들과의 여행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 그저 평소 휴일처럼 보낼 계획이다.
이 씨는 “종교적인 이유로 제사를 지내지 않아서 명절이 되어도 바쁠 일이 없다”며 “이번엔 여행도 계획하고 있지 않아 가족들과 영화 한편 보러 가는 등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2. 서울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임모(33) 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부모님댁에 들를 예정이지만 차례를 지낼 계획은 없다보니 명절은 그저 긴 연휴가 되었다.
임 씨는 “큰집에서 알아서 제사를 지내다보니 우리 가족은 밥만 먹고 온다. 명절 느낌보다는 긴 연휴의 기대감만 있을 뿐”이라며 “이번 연휴 동안엔 여자친구와 밀린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말했다.
전통적인 명절 문화가 사라지면서 명절 연휴를 주말처럼 휴식을 취하며 보내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특히 종교적ㆍ개인적 이유로 제사를 지내지 않는 가정이 늘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가족이 늘면서 달라진 풍경으로 분석된다. 또한 핵가족화가 심화되면서 먼 친척들과의 교류도 뜸해지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홀로 자취하는 대학원생 최모(27ㆍ여) 씨는 “부모님의 형제도 많지 않은 데다 서로 왕래도 없어 명절 때마다 모이지 않는다”며 “명절이라고 해서 특별히 모든 식구들이 모이는 특별한 날이라는 느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명절 때도 평소와 다름없이 논문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7년 인구주택총조사 전수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 중 5인 이상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불과 5.8%로 매년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매년 증가세를 보이는 1인 가구는 28.6%, 2인 가구는 26.7%로 1~2인 가구가 전체의 55.7%를 차지했다. 3인, 4인 가구는 각각 21.2%, 17.7%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무계획 추석 연휴’를 보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전업주부 김모(38ㆍ여) 씨는 “아이랑 남편과 함께 해외로 바람 쐬러 가고 싶지만 항공권과 숙소 가격이 워낙 비싸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그냥 서울에서 가족들과 조용히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홀로 자취하는 직장인 장모(29) 씨도 “명절을 맞아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이라도 가고 싶지만 취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다”며 “하루 빨리 돈을 모아 남들처럼 명절 연휴에 부모님 모시고 해외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