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투자심리 살리기 위해 정부와의 거리감 줄여야 -강성 노조 이미지 탈피, 노동의 가치 실현하는 투쟁으로 변모해야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노동자를 착취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당의 경제 인식에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그는 “당의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국민을 위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남과 여성을 대변하는 이들은 당내에도 많이 계시지만, 기업을 대변하는 사람은 없다”며 최근 자신의 소신발언을 이어갔다.

삼성전자 최초의 상고 출신 여성 임원으로 2016년 정계에 진출한 그는 여당의 지도부로는 보기 드물게 친기업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들을 잇따라 쏟아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협력 업체들을 쥐어짠 것이 오늘의 세계 1위 삼성을 만든 것이라고 한 원내 지도부의 발언에 대해 “기업 성장의 원인을 착취로 보는 것은 다소 지나치다”고 질타해 화제가 됐다. 양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이 반기업적이라는 인식을 줄까봐 작심하고 말한 것”이라며 “정권에 대한 평가는 결국 경제 성적표다. 국민의 인내심도 주머니가 채워지지 않으면 폭발하기 마련이다. 반대로 경제성적표가 좋으면 웬만한 실정은 이해해주는 것이 민심”이라고 말했다.

글로벌기업의 노하우 살려야 할 때=양 최고위원은 “성장을 이끌고, 일자리를 만들고, 혁신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몫”이라며 “불공정 관행, 특혜와 비리 등 기업의 잘못에 대해 얘기하자면 끝이 없지만 과(過)보다는 공(功)에 주목하자”고 말했다. 여상 졸업 후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으로 입사, 플래시메모리 수석연구원과 상무까지 지낸 여당 내 몇 안되는 기업통이 전하는 고언이다.

경제 살리기의 해법으로 그가 주장하는 것은 대기업의 투자 심리를 살리는 것이다. 양 최고위원은 “흔히 ‘경제는 심리다’는 말을 하는데 실제로 그렇다. 소비심리도 미래가 밝아 보일 때 살아나는 것이다. 기업의 투자심리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고 기업의 투자를 적극 지원하려는 의지가 확인된다면 기업이 왜 투자를 안하겠는가”라며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와 기업간의 물리적ㆍ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양 최고위원은 “국내 100조 기업은 1곳 뿐이다. 경제학자들은 100조 기업이 5개만 있으면 그 나라의 경제는 지속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반도체에 대한 투자와 성과에 대한 확실한 모델이 있음에도 적폐로 몰고 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글로벌기업으로 1등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런 경험을 활용하려는 시도 자체가 거의 전무하다”며 “70년대 미국에서 반도체 시장이 태동한 이후, 80년대 일본이, 90년대 한국이 가져와 지금에 이르렀다. 곧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전에 우리가 가진 노하우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최고위원은 “여상을 졸업한 뒤 책상을 닦고 복사만 했으면 회사에 오래 못 있었을 것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 금세 나를 대신했을 것이다. 회사에서 일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도록 재교육의 기회를 줌으로써 회사가 사용자와 피사용자의 관계가 아니라, 인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장이 됐다”고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변했다.

자영업 구조 개편 없이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은 불가피=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자영업 비율이 높은 상태에서 최저임금을 너무 빠른 속도로 올리면 자영업자도 노동자도 어렵게 된다”며 “그래도 같이 가야 한다. 이 때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자리를 늘리려면 기업이 투자하고 고용하고 소득을 증대시키는 활동을 해야 하는데, 이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크다. 대처능력이 다른 만큼 그 간격을 어떻게 메꿔 줄 것인가가 필요하다. 단순히 최저임금을 올리면 제품의 단가가 올라가고 전체적인 물가가 올라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고 했다.

양 최고위원은 “자영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비단 자영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년간 한국은 제대로 된 산업구조개혁이 없었다.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이 비경제적 논리로 생존하는 있는 것도 사실이다. 끊임없이 구조개혁의 혁신이 없으면 자영업도 기업도 살아남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생이 절실한 대ㆍ중기 관계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산업 생태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기업의 생산 공정이 들어와 있는 지역에는 중소기업도 생태계가 살아나고, 중소기업이 살아나니 자영업도 살아난다. 기업간 산업 생태계 구축의 영향이 상업으로 확대되고 지역 전반적인 경제에까지 미치면서 자영업자들을 위시한 모든 경제활동이 살아나게 마련이다.

양 최고위원은 “경제 문제에 진보, 보수가 있나.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어느 편에서 보느냐의 문제일 뿐”이라며 “다만 보수는 아버지 입장에서 10명의 자식 중에서 똘똘한 1~2명이 나가서 돈을 벌게 해서 온 가족이 잘 살자는 것이고, 진보는 어머니 입장에서 능력이 떨어지는 다른 자식들도 밥벌이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는 것인데, 각각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현장에 답이 있다. 당이 나를 영입한 것도 당내 밸런서(균형자)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노동의 가치를 얘기할 때다. 노동의 가치로 일생의 가치를 실현해야 하고, 그 장이 기업이어야 한다”며 “언제까지 노동과 사용자가 자기 자리만 주장할 순 없다. 노동자를 성장시키는 모델이 필요하다. 공정하게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이런 차원에서는 우리 사회가 나갈 길이 아직 멀다”고 시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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