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 10% 추락할 때 벤처펀드 하락률 1% 그쳐 -일모 사모형 펀드는 코스닥 4% 추락한 날에도 수익 -공모주에 집중하는 ‘시장중립’ 전략 유효…“헤지전략이 펀드별 성과 좌우”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중소기업 지원과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주도해 출시한 ‘코스닥 벤처펀드’(이하 벤처펀드)가 증시 폭락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이 처음 출시된 4월 초 이후 코스닥 지수는 13%가까이 추락한 반면, 벤처펀드는 수익을 내고 있거나 손실을 내더라도 하락률이 지수보다는 낮았다. 벤처펀드로서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정 조건의 주식을 의무적으로 담아야 하는데, 이들 주식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운용사가 마련한 헤지(위험회피) 전략이 시장 침체기를 버텨낼 체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24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12개 공모형 벤처펀드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0.6%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가 9.5% 추락한 것과 비교하면 양호한 성과다. 펀드별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5월 출시한 ‘미래에셋코스닥벤처기업’ 펀드가 최근 한달 1.8%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고, 에셋원자산운용의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기업’(1.3%), 브레인자산운용의 ‘브레인코스닥벤처’(0.7%) 등 7개 펀드가 수익을 내고 있다. 손실을 기록 중인 펀드도 있지만, 그 폭은 최대 3.7%(KB코스닥벤처기업2) 수준으로, 지수 하락률보다는 낮았다. 사모형 펀드로 범위를 넓히면 벤처펀드의 수익률은 더 높아진다. 대덕자산운용의 ‘코스닥벤처’ 펀드는 최근 한 달 수익률이 3.5%에 달했고, ‘타이거코스닥벤처펀드’(2.5%), ‘라임코스닥벤처플러스’(1.3%) 등도 플러스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 지수가 4.4% 급락하던 24일에도 벤처펀드의 방어력이 돋보였다. ‘브레인코스닥벤처’, ‘하나UBS코스닥벤처기업&공모주’,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기업’ 등은 손실률이 -1% 안팎에 그쳤다. 사모형 벤처펀드 중에는 플러스 수익을 낸 경우도 있었다.
벤처펀드는 중소기업 지원과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정부가 주도해 출시한 상품이다. 공모주 가운데 30%를 이 펀드에 우선 배정하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공모 벤처펀드에 3년 이상 투자하면 3000만원(펀드별 투자 총액)까지 10%의 소득공제(한도 300만원)를 받을 수 있다. 다만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펀드 자산의 최소한 15% 이상을 신주인수권부사채(BWㆍ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와 전환사채(CBㆍ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 등 벤처기업의 신주에 투자해야 한다. 여기에 벤처기업에서 해제된 지 7년이 지나지 않은 코스닥 상장 중소ㆍ중견기업의 신주 및 구주까지 합쳐 전체 자산의 50% 비중이 벤처기업에 투자돼야 한다.
시장이 무너지는 가운데서도 일부 벤처펀드가 양호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헤지 전략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 자체보다는 코스닥 내 벤처기업 투자에 초점을 두고 있는 펀드인 만큼, 벤처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대부분은 ‘시장중립’ 전략을 구축하는 데 역량을 투자하고 있다. 벤처기업에서 해제된 지 7년이 지나지 않은 신라젠, 메디톡스, 바이로메드 등 대형 코스닥 기업의 주식을 편입해 벤처펀드로서의 요건을 갖추면서도, 이들 종목의 주가가 떨어졌을 때 손실이 나지 않을 만큼 코스닥150선물을 매도하거나 등락률을 반대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는 전략이다. 벤처펀드를 운용 중인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수익은 각 회사가 눈여겨보고 투자한 공모주나 벤처기업 신주를 통해 추구하는 한편, 그 외에 어쩔 수 없이 편입해야 하는 자산으로부터 받는 영향은 최소화하는 게 벤처펀드 성과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의 수익률이 더 우수했던 것도 자유로운 헤지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자산운용과 관련된 포트폴리오 공개 의무가 있는 공모펀드의 경우 ‘코스닥 하락’에 베팅하는 전략이 노출됐을 때 코스닥 활성화라는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반면, 포트폴리오 공개 의무가 없는 사모펀드는 이같은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발치 않아 이를 통한 수익률 차별화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어느 운용사가 헤지 전략을 잘 마련했는지에 따라 성과가 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