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분쟁 중재 무조건 수용에 공개 명분 크게 낮아져 - 중국 반도체 맹추격에 메모리 반도체 고점 논란까지 더해…영업기밀 공개는 자충수 - 향후 법원 본안 판단에 따라 최종결론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공장 등에 대한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의 공개 여부에 대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이 오는 27일 내려진다.
이번 판단은 최근 삼성전자가 10년 넘게 이어지던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분쟁과 관련해 분쟁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의 제안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결정한 뒤 내려지는 것이어서 판단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개별 당사자들 간의 전격적인 보상 합의가 성사된 만큼 작업 환경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은 보고서의 공개 명분이 더욱 약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따르면 삼성 측이 “고용노동부의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 공개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6건의 행정심판 중 5건이 27일 오후 2시 행정심판 본회의에 상정된다.
작업환경보고서는 사업주가 발암물질인 벤젠 등 작업장 내 각종 유해물질에 대한 근로자의 노출 정도를 측정하고 평가해 그 결과를 기재한 것이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삼성 계열사 공장에서 일했던 전 근로자와 ‘제3자’인 방송사PD 등의 삼성 공장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신청에 대해 “유사 사안에 대한 법원 판결에 따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한다”고 결정했다.
삼성 측은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핵심 공정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며 고용부의 공개 결정 취소를 요청하는 행정심판 6건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아울러 삼성 측은 작업환경 보고서의 전면 공개를 막기 위해 각 공장이 있는 지역의 법원에 행정 본안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현재까지 본안 판단에 앞서 정보 공개를 보류하는 행정심판 집행정지 신청과 법원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여진 상태다.
이번 중앙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의 판단은 집행정지에 이은 본안 판단에 해당되며, 향후 진행될 법원의 본안 심리에 주요한 판단 근거로 작용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법원 판단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이번 행심위의 판단 자체로 공개 여부가 갈리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법원 본안 심리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심판 6건은 ▷삼성디스플레이 탕정공장(접수일 3월 27일) ▷삼성전자 기흥ㆍ화성공장, 평택공장(4월 2일) ▷삼성전자 구미1ㆍ2공장(4월 5일) ▷삼성전자 온양공장(4월 9일) ▷삼성디스플레이 탕정ㆍ천안공장(4월 24일) ▷삼성SDI 천안공장(4월 26일) 등의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결정 취소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중앙행심위는 이들 6건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 탕정ㆍ천안공장(4월 24일)’ 사안은 심리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뺀 5건만 본회의에 상정했다.
재계는 업계의 명운을 좌우할 영업 기밀이 담긴 보고서의 전면 공개 명분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조정위원회 제안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물론, 피해자들의 산재신청에 필요한 서류의 선별적 공개에는 반대하지 않는 만큼 보고서의 전면 공개 필요성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대외 환경 또한 고려해야할 변수로 지목된다. 최근 중국이 반도체 육성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는 가운데 최근 메모리 반도체 고점 논란까지 더해지고 있어 산업 경쟁력을 크게 훼손할 작업환경보고서를 강행할 이유가 없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재계 관계자는 “피해자들과의 보상 합의,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위한 영업기밀 보호 등이 두루 감안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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