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하남현 기자] 정부와 국회가 내년 1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앞두고 업종 별 배출권 할당량을 확대하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배출권 가격을 낮추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등 제도 조정에 나섰다. 당초엔 도입 연기도 적극 검토했지만 시행을 늦추기 위한 관련 법개정이 연내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되, 기업들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다른 굵직한 환경규제로 역시 내년 시행예정이던 저탄소차협력금 제도는 시행을 연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환경 규제는 후순위로 밀리는 모양새다.

3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ㆍ환경부ㆍ산업통상자원부 당국자들은 이날 국회에서 주관하는 배출권 거래제 관련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배출권거래제 진행 현황 및 시행시 영향 및 부작용 완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재계가 주장하는 시행 연기보다는 제도 조정이 더 현실적이라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최 부총리가 취임후 배출권거래제에 대해 “기업이 견딜 수 있는 부담인가를 생각 중”이라고 밝혀 시행이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경기 부양에 온힘을 쏟는 가운데 특히 투자ㆍ고용 확대를 위해 재계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기업 부담을 늘리는 환경 규제를 굳이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최 부총리 및 경제부처의 의지가 엿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연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내년 1월로 정해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시기를 늦추기 위해서는 지난 2013년 통과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일정상으로는 사실상 연내 개정이 어려운 만큼 개정보다는 시행령과 관련 규정의 제ㆍ개정 등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없애주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라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에서도 배출권거래제의 시행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라며 “향후 시행을 위한 보완 대책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종 별 배출권 연간 할당량을 현재 계획보다 2~3% 내외로 늘려주는 방안과 제도 시행 첫해 배출권 거래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정부의 시장안정용 비축물량을 총 할당량에 포함시키지 않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저탄소차협력금제는 시행 시기를 늦추는 것으로 가닥히 잡혔다.이 제도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자동차에 부담금을 물리는 제도다. 자동차 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온 이 제도는 시행 시기를 늦추기 위한 별도의 법개정이 필요없는 만큼 시행 시기를 미루고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