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생산성, 아일랜드의 38% 수준 OECD 하위권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주당 52시간 노동시대가 열렸다. 장시간 노동관행에서 벗어나 ‘저녁이 있는 삶’을 향한 첫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지난 2004년 주 40시간 노동제를 시행할 때도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주 5일근무 정착이 우리 경제와 국민의 삶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한 바 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이 전제돼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으려면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는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주당 노동 52시간 시대에 맞는 근무관행과 기업문화를 만들어 노동생산성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제도 안착의 관건이다.

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4.3달러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포르투갈, 헝가리,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그리스, 루마니아, 라트비아 등 7개국 뿐이었다.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은 2011년 30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선 뒤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율은 감소 추세다. 2010년 5.7%를 기록했던 시간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11~2013년 평균 1~2%대로 떨어진 데 이어 2015년에는 0.8%로 줄었다.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아일랜드(88달러)의 38% 수준에 불과하고, 우리와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비슷한 스페인(47.8달러)과 비교해도 크게 낮다.

반면 2016년 우리나라의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멕시코(2255시간), 코스타리카(2212시간)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길다. OECD 회원국 평균인 1764시간보다 무려 305시간 더 많은 근로시간이 노동생산을 낮춘다는 지적이다.

주당 52시간 노동시대가 개막되면서 노동생산성을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최대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노동시간단축이 생산성 제고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기업이 고용을 꺼려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무시간을 철저히 관리하는 압축적인 노동문화로 전환함으로써 장시간 노동관행을 개선하는 기회를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상호 투쟁적이고 소모적인 관계를 끊어내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힘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 최초로 올해부터 ‘주 35시간 근무’를 도입한 신세계의 생산성 제고조치가 재차 주목받고 있다. 이마트는 집중근무시간을 편성해 서울 성수동 본사의 흡연실을 폐쇄하는 것은 물론 임원회의를 비롯한 각종 회의를 무조건 1시간 내로 제한했다. 또 ‘임원 일정 공개 프로그램’을 최근 시행해 임원 부재로 헛걸음하는 시간도 없앴다. 이마트는 전 임원 일정이 사내인트라넷을 통해 공유될 수 있는 ‘임원 스케줄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물류 현장에는 물류 분류작업 시간을 기존의 반으로 줄이는 ‘카테고리 배송시스템’을 점진적으로 도입 중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근로 시간 단축은 결국 생산성 향상이 핵심”이라며 “그동안 업무 중 불필요하게 소요됐던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동열 울산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동시간단축이 업무집중도 향상 등을 통한 생산성 제고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그럴려면 지금까지의 노동관행도 바뀌어야 하고 노동생산성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dew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