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보팅 폐지 보완입법 소홀 기업 경영권 방어수단 급한데 정치 경제민주화 논리가 발목 여야 엇박자 하반기에도 험로

기업들의 내년 3월 주주총회에 비상이 걸렸다. 올 봄 주총 대란을 불러왔던 사라진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제도)의 대안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폐지된 섀도보팅을 보완할 상법개정안 처리는 정치 일정에 발목 잡혔다. 극적으로 국회가 정상화된다 하더라도 상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의 시각차는 여전히 남아있다.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같은 제도를 새로 도입해야 한다는 야권과, 오히려 소액주주권 강화를 위해 집중투표제 등의 신규 도입이 필수라는 여권의 시각차는 상법 개정안 자체를 가로막고 있다.

▶사라진 섀도보팅, 대안 입법은 없어=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기본적인 재무제표 승인이나, 신규 이사와 감사 선임 안건조차 처리하지 못한 기업이 속출했던 올해 3월 주총의 혼돈이 내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8일 국회와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관련 법 일몰로 폐지된 섀도보팅을 보완하는 상법 개정안이 법사위에 올라갔지만, 연내 처리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방선거와 이후 정계개편 기대감 등으로 국회의 공전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섀도보팅이란 투자자를 대신해 주식을 관리하는 예탁결제원이 주총에 참석하지 못한 주주의 의결권을 실제 참석 주주의 찬반 비율에 따라 행사하는 제도다. 기업들은 의결권 정족수를 채울 수 없을 때 예탁결제원에 요청해 섀도보팅을 활용해 왔다. 하지만 올해부터 섀도보팅이 일몰제로 폐지가 됐고, 이를 보완할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서 결국 60개가 넘는 상장사들이 정족수 부족으로 주총 자체를 열지 못하거나 대주주 의결권 제한 조치를 받는 감사와 감사위원 선임을 처리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일몰로 사라진 자본시장법의 섀도보팅 조항을 대신할 상법 개정안의 처리 지연은 정치권 상황과 맞물려있다. 법안 심사와 처리를 위해서는 국회를 열고 상임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해야 하는게 급선무이지만, 지방선거 및 여야 갈등으로 9월 정기국회 전까지 냉각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원 구성은 마음만 먹으면 하루아침에도 끝날 수 있지만, 정계 개편같은 정치 상황이 여야 협상을 가로막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회 하반기 원 구성이 마무리되고, 국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된다 해도 여야간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차를 좁히는 일은 더 큰 장애물이다.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 등 다양한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섀도보팅이 폐지됐고, 자본시장법이 아닌 상법에서 보완책을 마련하자는게 국회의 움직임이지만, 전문가들은 물론 여야가 모두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쉽지않은 상황을 전했다.

▶경제민주화 vs 엘리엇 방지법, 상법 개정안의 극과극 입장차=상법 개정안에 함께 담길 ‘엘리엇 방지법’과 ‘경제민주화법’의 입장차는 섀도보팅 보완의 험난한 산이다. 국회가 극적으로 정상화된다 해도 상법 개정안 처리를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

국회 법사위에는 윤상직 의원의 상법 개정안, 또 대주주의 거부권과 임원 선임과 해임시 특별 의결권을 부여하는 권성동 의원 발의의 상법 개정안 등이 소위 ‘엘리엇 방지법’이란 이름으로 계류된 상태다. 반면 정부여당은 법무부 대표발의를 통해 집중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 도입, 전자투표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경제 민주화 법’으로 밀고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특정 주주의 경영권 보장을 위한 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 제도의 전면 도입안을 내놨지만, 다수당인 여당은 포이즌필은 절대 불가, 차등 의결권은 벤처기업에 한해 제한적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여권의 한 경제통 의원은 “외국처럼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고, 다양한 투자자 보호 방안이 있다면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등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다만 초기 투자 유치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이 낮아질 수 밖에 없는 벤처기업에 한해 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우리 기업들의 현실에서는 상법 개정을 통해 다중대표소송제나 전자투표제, 집중투표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며 최근 대주주 및 오너에 대한 사회적인 비판 여론을 감안한 견제 장치 강화를 주장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10개가 넘는 상법 개정안을 모두 올려놓고 여야가 조율하고 합의해야 할 사안들”이라며 “하지만 경제와 기업을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차가 워낙 달라, 내년 3월 주주총회에도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정호ㆍ홍태화 기자/choi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