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윤 교수 “트럼프식 통상 정책은 자국 정치 고려한 포퓰리즘” - 정인교 교수 “중국 굴기도 세계 통상 재편 앞당겨…경제단체 통상 역량 키워야” -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철강 쿼터 합의는 문제” [헤럴드경제=이승환ㆍ박세정 기자]세계 교역 질서가 다자주의에서 미국 중심의 일방주의 무역체제로 재편되며 상당한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우선주의로 대표되는 ‘트럼프식 통상 정책’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 각종 통상 압박에 대한 민ㆍ관의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민간 부분에서는 경제단체들의 통상 역량 강화가 시급하고, 정부는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 ‘통상 압박’에 다른 국가와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포퓰리즘 ‘미국 우선주의’ 장기화, 신산업 중심 미ㆍ중 마찰 지속=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국제통상 교수는 지난 7일 헤럴드경제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전환의 시대…한국 경제의 미래’ 주제로 개최한 ‘2018 헤경氣UP포럼’ 1세션 토론자로 참석해 “미국 우선주의로 인해 (세계 무역 질서에서) 큰 틀의 변화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미국, 중국 등 주요국 정부들이 경제, 통상 이슈를 자국 내 정치와 연계해 진행하고 있다”며 “포퓰리즘 정책들이 제도권으로 흡수되며 전체적인 경로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인교 인하대 부총장 국제통상학부 교수 역시 세계 교역 질서가 일방주의로 교체되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더블어 ‘중국 변수’가 이같은 세계 통상질서 재편을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정 교수는 “다자무역체제가 중국 변수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며 “‘중국 제조 2025’ 등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기업 및 산업 지원으로 다른 국가들과 통상 마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보호조의 무역 기조로 인해 양국 간 통상 마찰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신산업 분야와 관련한 갈등이 심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 교수는 “미국과 중국은 신산업과 관련해 두고두고 마찰을 빚을 것”이라며 “미중간 통상 마찰은 봉합보다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간 통상역량 강화, 정부는 국제연대 필요= 세계 통상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과 정부의 발빠른 대응을 주문하는 지적이 나왔다.
허윤 교수는 “트럼프 시대에 글로벌 역량을 축적한 기업은 해외 시장에 튼튼한 기반을 갖추는 것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며 “기업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국민 경제 차원에서는 생산 감소와 일자리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간에서 정부와 별개로 자체적인 통상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개별 기업들 스스로 한 국가의 통상 압력에 대응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협회 등 경제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과 같은 맥락이다.
정인교 교수는 “개별 기업이 정부의 정책 등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서 협회나 단체 역할이 중요하다. 협회나 경제단체가 통상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미국발 통상 압박이나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 만의 힘으로는 어렵다”며 “국제적인 연대가 불가피하고 이를 위해 통상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도 나왔다.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철강 수출 쿼터’에 대해 “30~40년전으로 후퇴한 수입규제”라며 “철강 쿼터 합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25% 추가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철강 수출을 2015∼2017년 평균의 70%(263만톤)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김 전 본부장은 “시한도 명확히 정하지 않았고 우리 기업은 반덤핑 관세에 수량 규제까지 이중고를 떠안게 됐다”며 ”이 정도로 지독한 합의를 하려면 우리의 주력 상품 덤핑 규제라도 털어야 했지만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전 본부장은 앞으로 자동차에도 이와 유사한 미국의 보호무역이 강화될 경우, 그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자동차는 철강과 비교할 수 없는 파장이 일 것이며, 철강처럼 갈 수도 없다”며 “자동차에서 비슷한 경우가 생기면 우리와 유사한 처지의 나라와 공조해 보호 무역에 대응해야 하지만 철강 때 이탈한 사례를 보고 쉽게 공조가 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