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 명의 가수가 최신 차트에 이름을 올립니다. 음악의 취향은 각기 다르고 정성이 담기지 않은 음악 하나 없다고 하지만요. 속도에 휩쓸려 스치는 것 중 마음을 사로잡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 -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2018년 6월 첫째 주(5월 28일 월요일~6월 3일 일요일)의 앨범은 디어, 1415, 로코베리, 혁오, 장희원입니다.

■ 디어 싱글 ‘Gravity’ | 2018.5.28디어가 약 반 년 만에 낸 신곡이다. 노래는 중력처럼 서로에게 필연적으로 이끌리는 마음을 풀어낸다. 도입부의 “인투 유어 아이즈(Into your eyes)” “앤드 아이 인투 유어 립스(and I into your lips)”라는 가사는 디어의 부드럽고 힘 있는 목소리와 만나 흡입력을 발휘한다. 상대의 눈동자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후렴구를 향해 가면서는 온 우주가 나를 품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가 곡을 감싼다. “시간을 초월하는 공간에/빠져 있는 것 같아”라는 가사 그대로다. 특히 이 부분 뒤 하나의 절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어렴풋이 흘러나오는 코러스 “저스트 라이크 그래비티(just like gravity)”는 1절을 마무리하는 최적의 방법. 반짝이며 부서지는 듯한, 그러나 안정적인 여운은 단 둘만의 공간임을 상기시킨다. 2절이 마무리될 때쯤, 물속에 노래하는 듯한 울림을 준 것 또한 마찬가지다.

1415 싱글 ‘이토록 네가 눈부셔’ | 2018.5.29제목만 봤을 때는 달콤한 사랑 노래일 것 같은데, 막상 들으면 너무 눈부셔서 아픈 사랑 이야기다. 한없이 빛나던 너였기에 가장 아름다운 말들로 떠나보내겠다는 태도가 돋보인다. 햇빛의 반대편에는 어둠이 있듯, 그만큼 나는 어두웠다는 발상 역시 마찬가지다. 노래는 1415 특유의 서정적인 도입부로 시작된다. 보컬이 돋보이는 심플한 연주에서 바로 밴드 사운드가 얹어진 후렴구로 넘어가는 구성 또한 이전 곡들과 비슷하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사운드의 풍부함이 다른 결이라는 것. 예전에는 몽글몽글한 느낌에 힘을 뺀 듯한 뉘앙스가 있다. 반면 ‘이토록 네가 눈부셔’에는 좀 더 우아한 스트링과 주성근이 힘 있게 목소리를 조이는 창법이 군데군데 있다. 특히 이 창법은 아련하게 너를 떠올리다가 “내게 다가오려다가/그만 멈췄나봐요”라는 구절에서 도드라지는데, 밝은 모습으로 너를 보내려고 하지만 결국엔 마음 시린 이별임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 로코베리 싱글 ‘오랜 습관’ | 2018.5.291415가 이별을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승화하고자 했다면 로코베리는 반대다. 밝은 멜로디, 덤덤한 목소리와 달리 가사는 “우울한 감정”으로 점철된 마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사에서도 “알아요 이젠 시계가 멈췄다는 걸”이라고 나온다. 우리의 시간은 그때 그곳에 머물러 있기에, 즉 현재가 아니라 과거이기에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것. 이런 마음을 두고 로코베리는 “돌아와줄 순 없나요”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반면 서글픈 내용과 달리 멜로디는 리드미컬한 박자와 안정적인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 이런 대조는 ‘오랜 습관’이라는 제목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오랜 기간 몸에 밴 습관은 마음이 좋든 나쁘든 자신도 모르게, 편하게 행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 혁오 미니 ‘24: How to find true love and happiness’ | 2018.5.31 혁오는 자신들의 디스코그라피를 두고 “‘사랑노래’라고 할 만한 곡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이번 타이틀곡 ‘러브 야!(LOVE YA!)’는 제목부터가 ‘러브’다. 뮤직비디오에는 온 세상의 다양한 연인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가사 역시 ‘러브 야’가 반복된다. 혁오의 사랑노래는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을 보편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멜로디 역시 다른 트랙에 비해 평범하다. 그러나 혁오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느끼게 함으로서 오히려 사랑이 흔하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 지점이 다른 사랑노래들과 차별점이다. 그래서인지 ‘러브 야!’를 들으면 왠지 모를 인류애 같은 거창한 의미의 사랑까지 떠오른다. 다른 사랑이 아름답다면, 혁오의 사랑은 평화롭달까. 혁오가 곡 설명에 왜 세상의 모든 연인을 ‘응원한다’고 써놓았는지 알 법 하다.

■ 장희원 싱글 ‘편지’ | 2018.6.3하나의 사물을 두고 독특한 발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장희원답게, 이번에도 그렇다. ‘편지’에서는 작은 글자 하나하나에 나의 마음을 가둬 날아가지 못 하게 하겠다는 내용이 신선하다. 또 네가 나의 마음을 눈치 채지 못할 때 또박또박 눌러쓴 그 글자를 너의 한 손에 쥐어주겠다는 것 또한 귀엽고도 로맨틱하다. 이런 가사들은 장희원의 통통 튀는 보컬과 점차 드라마틱해지는 멜로디와 어우러진다. 마치 글자가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편지를 고이 접어 우편함에 넣는 느낌이 아니라, 자음과 모음에 깜찍한 팔다리가 달려 당신에게로 달려가는 것 같다. 이는 바로, 화자를 통해 마음을 전달하는 장희원만의 표현법. 이런 방식은 고스란히 노래에도 적용돼 대중에게 실감나게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