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합의’ 주역 갈루치 “현실적 방안…지속성 위한 안전장치 필요” -‘북미 1.5트랙’ 디마지오 국장 “비핵화 과정, 최종목표로 명시해야”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대북협상 경험이 있는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협상을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접근을 취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북한과의 비핵화 합의를 유지ㆍ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사한 ‘단계적 비핵화 합의타결’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4일(현지시간)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주최한 ‘싱가포르 정상회담:무엇이 좋은 결과인가’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과정‘을 이야기한 건 ’빅뱅 이론‘(북핵협상을 한번에 끝내는 빅뱅식 접근을 의미)으로부터 옮겨온 것이기 때문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건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려면 안전보장 문제가 충족돼야 한다. 어느 행정부가 재임하든 지속성을 띨 수 있는 안전보장이 무엇인지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2일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보장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면 이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treaty)으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ABC뉴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설 역사적 정상회담에 ‘기념비적 협정’(landmark treaty)이 의제에 오를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이외에도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핵심”이라며 “미국 대통령이 이번 관여를 통해 종국적으로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얻어내면 다른 모든 걸 얻지 못하더라도 승리가 될 것이며, 반면 다른 나머지를 모두 얻어도 비핵화의 의미에 대해 얻어내지 못하면 그건 패배일 것”고 말했다. 이어 비핵화 과정은 “수개월은 더 걸릴 것이다. 실제로 몇 년이 걸릴 것”이라며 “가령 15년, 이렇게까지는 안 걸리겠지만, 해체와 제거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1년 안에 끝나는 건 정말 어렵다. 일부 절차는 아주 오랜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북한과 ‘반관반민’(1.5트랙) 대화를 지속해온 수전 디마지오 뉴 아메리카재단 국장 겸 선임연구위원은 북미가 미국의 ‘일괄타결’과 북한의 ‘행동 대 행동’ 접근의 간극을 좁히며 신속한 시간표를 염두에 둔 단계적 해법으로 접점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기했다.
국무부 북한담당관 출신으로 북한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의 운영을 맡고 있는 조엘 위트 스팀슨 센터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단게적 해법’이 결국 실패로 돌아간 빌 클린턴 전 정부의 접근과 유사하다고 비판한 뉴욕타임스(NYT) 기사를 언급하며 “’과정‘이 있다고 해서 나쁜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다. 합의는 단계적으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게 된다는 생각이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북미정상회담이 ‘실패한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디마지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준비해간 각본대로 할 것인가. 자칫 (북한에) 너무 많이 내줄까 봐 걱정된다”며 “가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한미군 철수 아이디어를 꺼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물론이다.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비핵화를 과정의 최종 목표로 명시하는 내용의 성명 발표가 가능한 최선의 목표일 것”이라고 밝혔다.
갈루치 전 특사는 “상견례에 더해 핵심의제들에 대한 좀 더 구체적 내용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공동 합의문에 시간을 두고 실질적 결과로 귀결될 수 있음을 보여줄 표현과 이행에 대한 좀 더 추가적 부분이 들어가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관여(대화)를 계속 해나간다는 것과 함께 ’과정‘에 대해 건설적으로 생각한다는 걸 보여주는 공동 발표문이 나오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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