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정부가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큰폭 인상을 지속할 경우 고용 감소폭이 커질 것이라며 속도조절론을 제기해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이번 KDI 보고서는 속도조절론을 사실상 공식화했던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현실론’에 손을 들어준 모양새가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며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어 청와대와 정부의 대립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노동계와 경영계도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여 논란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KDI는 4일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연구보고서(최경수 선임연구위원 집필)를 통해 “올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가져온 고용감소 효과는 크지 않다”다면서도 “내년과 2020년에도 대폭 인상이 반복되면 고용감소폭이 커지고 임금질서가 교란돼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인상속도를 조절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또 미국과 프랑스ㆍ헝가리 등 외국의 실증 연구사례와 여기서 도출된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탄력성을 바탕으로 한국의 영향을 추정한 결과,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 규모는 최저 3만6000명에서 최대 8만4000명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올해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 올 4월까지의 실제 고용감소 효과는 이보다 적은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2020년=1만원을 목표로 내년과 2020년에 각각 15.3%의 최저임금 인상이 단행되고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고용감소 인원이 내년에 9만6000명, 2020년엔 14만4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물론 일자리 안정자금 등으로 그 충격을 줄일 수 있지만, 올해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가 최대 32만명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보고서는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지속되면 서비스업 저임금 단순노동 일자리가 줄어들고, 하위 30% 정도의 근로자가 동일한 임금을 받게 돼 경력에 따른 임금상승이 사라지면서 임금질서의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자리 안정자금 등 정부지원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임금 인상시 사업주 부담이 커져 사업주가 임금을 인상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부총리는 그동안 최저임금이 고용ㆍ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시장ㆍ사업주가 느끼는 부담 및 수용 정도를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고 수차례 밝혔고, 지난달 24일에는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특정 연도를 목표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거나 쉽지 않다면 신축적으로 해야 한다”고 속도조절론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하지만 곧이어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이목희 부위원장이 “지금 그 말(속도조절론)을 할 때가 아니다”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대통령 공약을 지키기 위해 정부는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언급하고, 홍장표 경제수석이 자영업자와 무직자를 제외한 근로소득가구의 소득은 올 1분기에 증가했다는 관련 통계자료를 공개하면서 논란이 더욱 확대됐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고 이들의 소득을 증대시켜 임금 등 양극화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 적정한 인상이 지속될 경우 고용감소 등 경제충격은 거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다. 그 ‘적정 수준’을 찾는 것이 최대 과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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