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올들어 빅3 방산주 2000억 쇼핑 -공매도잔고비중도 연저점…“내릴 만큼 내렸다” -증권가 “남북 평화 안착해도 방위력 개선비는 증가 전망”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기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증시 기관투자자들은 방산 기업들의 주가 상승에 베팅하고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을 시사했던 지난달 말 이후, 방산주 매수 규모를 늘리는 동시에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취했던 공매도 포지션에서는 발을 빼고 있다. 내리막을 타던 방산주에 ‘저가매수세’가 몰리기 시작한 데다, ‘회담 불발’과 같은 급변 이슈 발생시 수익 기회를 잡으려는 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기관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대표적 방산기업인 한국항공우주,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세 종목의 주식을 약1967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관투자자 중에서도 연기금(1132억원), 투신(427억원) 계정의 매수세가 강했다. 기관도 평화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던 때에는 방산주에 등을 돌렸다. 연초 이후 방산주를 꾸준히 사들였던 기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던 3월 말 이후 보유 주식을 내다 팔기 시작했고,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4월 말에는 누적 기준 마이너스(-)로 돌아서기도 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사흘 지난 거래일부터 기관은 급락한 방산주를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은 적절치 않다”며 정상회담 결렬 가능성을 내비쳤던 지난달 24일 이후 보유 주식량을 가파르게 늘렸다.

방산주 주가에 베팅하는 기관투자자의 면모는 공매도 잔고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집계일인 지난달 31일 기준 한국항공우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공매도 잔고비중(상장주식수 가운데 공매도잔고수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9%, 4.6%로 두 종목 모두 연중 최저치다. LIG넥스원의 공매도잔고비중도 연중 고점의 3분의2 수준으로 감소했다. 공매도란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남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값이 내려간 주식을 사서 되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낮아 주로 외국인ㆍ기관투자자들이 이용한다. 공매도 잔고의 비중이 감소했다는 것은 주가가 내릴만큼 내려서 반등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관 투자자들이 방산주를 사들이는 동시에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고 나선 것은 시시각각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가 방산주 급등의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남북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주요 방산주는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주가상승률 상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 미ㆍ북 정상회담 취소 서한을 공개한 지난달 24일 이후 4거래일 만에 각각 23.9%, 13.3% 급등한 것이 대표적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방산주와 남북 경협주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가, 어느 한 쪽이 급락하면 급등한 주식을 팔아 다른 쪽 저가매수에 나서면 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남ㆍ북ㆍ미 간 종전 선언이 이뤄진다 해도 방산주 실적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이 기관 투자자들의 ‘저가매수’ 수요를 높이고 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남북한 평화체제가 안착해 군비 축소가 진행되더라도, 공격 전력 대신 방어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더욱 고도화된 무기체계가 필요하다”며 “상비군 유지를 위한 전력운영비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방산업체 매출로 직결되는 방위력개선비와 창정비는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