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미만기업 2020년 1월부터 시행 법인 쪼개 직원 분산·채용규모도 축소 “2~3년은 금방 갑니다. 대기업, 중견기업이야 여력이 있으니까 어떻게 되겠지만,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막막하네요.”

세종특별시에서 폴리부틸렌(PB), 파이프, 배관자재를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 A 씨는 ‘당장 근로시간 단축 시행 대상이 아니어서 여유가 있겠다’고 넌지시 건넨 기자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법인을 쪼갠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일단은 300명이 안 넘게 사업부를 분리하고, 나중에 50명 안 되게 또 쪼개야 하겠지요”라고 덧붙였다. 새 법 시행을 앞두고 시장에서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편법을 궁리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A 씨는 “ ‘꼼수’가 좋아보일 리 없겠지만,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니 어쩌겠냐”고 그들을 옹호했다.

현행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16시간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300명 이상 상시근로자가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된다. 50~299명 기업은 2020년 1월, 5~49명은 2021년 7월부터 관련 법을 적용한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자체 여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는 목소리를 냈다.

중소기업계에선 사업부별로 법인을 쪼개는 방안 외에 채용 규모를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현원 250여명의 한 바이오 기업은 50여명 규모의 영업직 채용을 준비했다가 채용인원을 30명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300명을 넘어가면 당장 7월부터 주 52시간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원청기업의 주문에 의존하는 하청 중소기업 입장에서 정해진 기한 내 물건을 납품하기 어려워진다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경기도에서 의류 하청기업을 운영하는 B대표는 “탄력근로제라도 풀어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최대 3개월까지밖에 탄력근로가 되지 않습니다. 납기를 맞출 수가 없어요”라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시간 단축 관련 의견조사’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이 뭐냐는 질문에 전체 기업 중 31.2%는 ‘가동률 저하로 생산 차질과 납기 준수 곤란’이라고 답했다. 인력 부족이 심할 것으로 예상한 직종은 기술과 기능직(61.3%)이라고 답했으며, 지금과 비교해 생산 차질이 20.3%가량 발생하고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247만1000원에서 220만원으로 27만1000원 감소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대처 방안으로 응답기업의 25.3%는 ‘근로시간 단축분만큼 신규인력 충원’을 고려한다고 응답했으나, 20.9%는 ‘별다른 대책이 없어 생산량 축소를 감수’하겠다고 답했다. 공정 자동화 등 생산설비 투자(16.9%), 기존 근로자 생산성 향상 도모(13.8%), 용역·아웃소싱 등 사업 외주화(10.2%), 기업분할을 통한 적용 시기 추가 유예(8.4%) 등 순으로 대처 방안이 나왔다.

중소기업연구원 노민선 박사는 정부와 기업, 근로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노 박사는 “우선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는 사업을 정부가 지원해야 하고, 근로자는 업무에 최대한 충실하면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개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경영계에서도 이런 노동계의 노력으로 성과가 나면 인센티브 등의 형태로 성과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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