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축제인 월드컵이 다음달 15일 러시아에서 개최된다. 단골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남미의 축구 강국 브라질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은 우리 국가대표팀이 맞붙기에는 벅찬 상대다. 이들 국가는 우리 기업들이 문을 열기에도 쉽지 않은 시장이다. 가까이 하기에는 지리적으로 너무 멀고 비영어권 국가이다 보니 심리적으로도 다가가기 힘든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남미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고 인구의 60%가 넘는 남미공동시장(MERCOSUR)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우리 정부가 지난주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로 구성된 메르코수르와 무역협정(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성장 잠재력이 큰 미래 시장으로만 남아 있던 남미 거대 시장이 그동안 굳게 닫힌 문을 열고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한국과 시장개방 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메르코수르와의 무역협정은 양 지역간 관세ㆍ비관세장벽을 낮춰 우리 수출의 외연을 확대하고 미국과 중국에 편중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미 지역은 우리나라 자유무역협정(FTA)의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지난 2004년 우리가 최초로 FTA를 발효한 나라가 바로 칠레이며, 가장 최근에 맺은 FTA도 남미의 콜롬비아이기 때문이다. 한ㆍ칠레 FTA는 지리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칠레산 와인이 한국의 와인 시장 판도를 변화시키고 칠레 내 한국산 자동차의 점유율이 30%를 넘는 등 뚜렷한 교역 확대 성과를 냈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남미의 FTA 네트워크는 사실상 미완의 퍼즐이었다. 남미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경제권으로, 우리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는 메르코수르로 들어가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기 때문이다.
메르코수르 회원국들은 그동안 폐쇄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하면서 대외개방에 유보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시장 개방을 위해 지금까지 추진해 온 협정들도 굳이 ‘자유(free)’ 라는 단어를 포함시키지 않고 ‘무역협정(Trade Agreement)’이라는 용어를 선호할 만큼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메르코수르의 대외통상 기조에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2016년 출범한 브라질의 테메르 정권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역외 국가와의 무역협정 확대와 대외 개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마크리 대통령도 개방형 통상정책을 추구하며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등 과거 정권과는 달리 세계 각국과의 경제협력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로서는 미래시장인 메르코수르와 무역협상을 개시할 더할 나위 없이 우호적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메르코수르와의 무역협정 협상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내용이 몇 가지 있다.
첫째, 가능한 협상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해야 한다.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국내 정세가 현재는 시장 개방에 우호적이지만 이러한 기조가 예기치 않게 돌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제조업 입장에서는 자유화 수준을 높일수록 유리하겠지만 메르코수르 회원국이 제조업 시장 개방에 민감하다는 점을 감안해 우선 실현 가능한 선에서 합의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둘째, 메르코수르 각 회원국과의 개별적인 상품양허 협상에도 대비해야 한다. 메르코수르는 ‘공동시장’임에도 대외적으로 공동관세 적용비율이 전체 수입품의 35%에 불과하다. 회원국 간 경제발전 수준이 상이하기 때문에 협상에서는 개별 국가별로 상품양허 협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셋째, 협상 과정에서 무역 확대뿐 아니라 우리 기업의 남미 인프라 건설사업 참여가 가능하도록 양국 간 투자 및 경제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
풍부한 자원과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개방을 꺼렸던 남미공동시장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있다.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을 계기로 아마존에 숨겨진 엘도라도를 향한 골문이 시원하게 열리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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