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 ‘킥스’ 3년 뒤에야 구축 완료할 듯
당분간 경찰 시스템 빌려 써야 하는 처지
행안부 “당분간 종이 기록, 수기로 수사”
개청 코앞인데 수사관 행선지도 깜깜이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쓸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킥스)이 일러도 2029년에야 온전한 형태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킥스는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이 각종 사건을 접수하고 수사 경과 등을 관리하는 데 쓰는 필수 전산시스템이다. 당장 내달 2일 문을 여는 중수청이지만 수사업무 전산화는 아직 개발 단계다. 당분간 경찰의 킥스 시스템을 빌려 쓰고, 종이 기록까지 활용해 수사해야 할 형편이다.
29일 행정안전부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수청의 직제 특성을 반영한 독립적인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은 2029년까지 총 3년에 걸쳐 구축될 예정이다. 행안부는 “(필요한 경우) 종이 기록으로 사건을 수사하고 수기 장부를 활용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업무 처리에 지장이 없도록 대비하겠다”고 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①중수청은 개청 이후에도 한동안 사건 처리를 전산으로 할 수 없다. 행안부가 제시한 단계별 전산망 개통 계획에 따르면 다음 달 2일에는 ‘사건 접수·배당·수신’과 ‘업무포털 운영관리(사용자 권한 설정)’등 제한적 기능만 우선 제공된다. 이밖에 ‘사건 처리’와 ‘대국민 형사사법포털’, ‘통계’ 기능 등은 시범 운영을 거쳐 12월 초 추가될 예정이다.
②중수청 개청 시점에는 경찰로 사건을 전산 이송할 수 없다. 중수청에는 ‘중대범죄 수사 우선권’이 주어지고, 경찰과 수사 범위가 겹쳐 사건 이송이 잦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업무 혼선이 우려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중수청이 경찰에 사건을 전자적으로 이송할 수 있는 기능은 없다”며 “사건 처리가 지연되지 않도록 중수청 킥스가 하루 빨리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③중수청 자체 킥스 구축은 출범 3년 차인 2028년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중수청의 ‘킥스 구축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 계획’에 따르면 킥스 전체 구축에 필요한 예산은 아직 산출되지 않았다. 중수청은 내년 한 해 동안 업무 전산화의 밑그림을 그리는 ISP 수립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도 정보화 예산 9억3800만원을 정부에 요구했다.
행안부는 “(ISP 수립 사업 수행 후) 2028년부터 2029년까지 2년간 중수청 자체 킥스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구축 비용은 ISP 수립 과정에서 확인되는 기능별 요구사항을 반영해야 해 현시점에서 구체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는 어느정도 예상됐던 상황이다. 애초에 중수청 전산시스템 개발 시작 시점이 늦었다. 행안부는 지난 6월 1일 LG CNS와 중수청 킥스 등 전산시스템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개발에 착수한 것은 같은 달 15일로 개청을 겨우 3개월여 앞둔 시점이었다.
검찰 수사권 폐지를 추진해 온 범여권 정치인들은 킥스를 이른바 ‘사건 암장’을 막을 장치로 강조해 왔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3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킥스는 형사사건 처리 투명성을 위한 시스템”이라며 “모든 사건은 킥스에 다 들어가는데 사건 암장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관 “출근 코앞인데 소속도 안 알려줘”
중수청으로 옮길 예정인 한 검찰 수사관은 “당장 이번 주부터 중수청으로 출근해야 하는데 아직 어느 부서로 갈지도 통보받지 못했다”며 “소수 선발대만 보직을 받았고 나머지 대부분은 본인 소속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이 깜깜이라 당장 금요일부터 어떻게 되는 건지 스트레스가 크다”고 했다.
다른 수사관은 “개청이 코앞인데 책상과 컴퓨터만 갖춘 수준”이라며 “세팅하느라 올해를 다 보내고 내년이 돼서야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사관은 “정치권이 너무 급하게 밀어붙여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개청부터 하니 곤란하다”고 했다.
중수청은 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수청은 정원 총 2874명 중 900여 명을 채우지 못한 데다 김지용 청장 후보자를 둘러싼 강경파의 반발에 추가 검증 작업이 진행 중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ari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