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늘어나지만 질이 문제…성공스토리 나오도록 화끈한 지원 필요” [헤럴드경제=조문술 기자]중견 벤처기업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벤처기업협회 회장,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지난 8일자로 1년 임기 종료)…. 그저 이름하나 걸쳐놓고 세월에 맡겨놔도 되는 직함들이 아니다. 때론 몸을 서너개로 나눠 활동해도 모자라는, 하나같이 망망한 자리다. 남민우(52) 대표는 사내 그룹웨어, 이메일, 밴드, 카톡 등 각종 SNS로 부족한 업무시간을 채운다고 했다.
청년 남민우가 8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가시밭길’로 뛰어든 건 만 스물아홉이던 1991년. 창업자금은 퇴직금과 대출금 3000만원. 그가 창업 초기 겪은 실패와 시련은 업계에서 흔하디 흔한 일이다.
그는 청년위원회 위원장이던 지난달 청년 창업가들과의 간담회에서 신산했던 사업초기의 역경을 간략히 밝혔다. “3000만원 대출을 받아 창업했는데 매달 고정비가 500만원 정도 나갔다. 어떻게 버틸까 고민하느라 잠이 오지 않았다. 처음엔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다가 관련 교육사업으로 영역을 조금 넓혔더니 형편이 조금 나아졌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사업을 보는 눈이 조금씩 생기더라. 누구나 처음부터 잘할 순 없다.”
남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어떻게 해서든 망하지 않고 버티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술이니 마케팅이니 하는 것은 언제나 창업의 제1 원칙 ‘살아남기’ 다음이라는 것이다. 벤처 1세대로서 이런 노하우을 전수하는 재능기부 차원에서 지난 1년 간 청년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고 한다.
“일단 창업했으면 망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 세상은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버티면서 경험을 축적하고 나에게 운이 올 때를 기다려야 한다. 기회가 오면 꽉 붙들어야 한다.”
‘세월호 충격’에 대해서도 촌평을 부탁했다. 기업가 24년, 지천명을 넘긴 이의 식견이 되돌아왔다. “오랜 규제의 틀 속에서 이권을 누리는 집단이 형성된 게 문제다. 이런 규제를 조정하려다 보면 득ㆍ실 집단이 나뉜다. 이해관계 조정이 가장 어렵다. 따라서 이해관계 상충이 없는 분야의 안전 규제만 풀다 보니 대중이 ‘패자(loser)’가 되고 말았다. 반면 이권이 걸린 규제는 여전히 손도 못대는 처지다.”
“규제 개혁과 안전은 상쇄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걸 어떻게 풀어나갈 지가 중요하다. 규제 철폐가 아니라 규제 개선, 규제 합리화로 가야 하는 이유다. 결국 (안전, 국가개조도) 시간을 갖고 생태계를 바꿔가야 하는 문제다.”
▶벤처ㆍ창업 생태계는 거의 정비= 남 대표는 벤처기업협회 회장으로서 박근혜 정부의 벤처정책 입안에 깊숙이 관여했다. 벤처업계의 많은 정책 제안들이 받아들여졌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벤처ㆍ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시작으로 ‘재도전 종합대책’,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의 대책을 통해 창업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을 융자→투자 중심으로 전환했다. 또 벤처업계 숙원이던 연대보증의 단계적 면제, 기술창업 활성화, 벤처ㆍ창업 규제개선 등 벤처 육성과 창업 활성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올해 1/4분기 신설법인 수가 역대 최고치(최초 2만개 돌파)를 경신하고 대학 창업 동아리와 창업강좌 등이 대폭 확대되는 등 창업 저변이 확산되고 있다. 투자부문에서도 엔젤클럽이 활성화되고 벤처펀드 조성, 투자가 대폭 늘고 벤처기업 등 정책수요자의 생태계 개선 체감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벤처인증제 개편, 코스닥시장 독립, 스톡옵션 추가 완화, 신기술거래소 설립 등 벤처생태계 복원을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현재 시점에선 무엇보다 창조경제의 가장 중요한 밑거름인 실패를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페일 세이프(fail safe)’ 문화가 정착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코스닥 독립과 폐지된 기술거래소 부활에 대해 남 회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엔젤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벤처펀드와 M&A, 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시장의 독립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2005년 코스닥/코스피 통합으로 위축됐던 회수시장을 코스닥 독립운영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상장 활성화방안(3월20일)으로 코스닥시장의 독자적 운영기반이 마련됐고, 이후 코스닥의 운영독립성 강화방안(4월15일)도 나왔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수행 의지가 필요하다. 벤처기업과 대기업의 연결고리이자 IP(지적재산권)와 M&A의 플랫폼으로서 신(新)기술거래소 복원도 절실하다.”
이밖에 엔젤투자 소득공제 범위 확대, 병역특례제도 개선이 제외된 점도 아쉽다고 했다. 실제 미래창조과학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8.4%가 군 입대 문제로 창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환사채(CB) 투자 유치기업의 정부 R&D과제 참여제한 완화와 창업 벤처기업의 범위도 확대하는 등의 지원정책의 개선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남민우 청년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남민우 청년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남민우 청년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결국은 창업의 질이 문제= 벤처ㆍ창업 선순환대책 발표 이후 창업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그후 1년동안 양적인 변화는 있어도 창업의 질이 개선됐다고 체감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들이 적지 않다. 창업부터 상장 이후까지 창업기업가들이 대박을 내지 못하도록 옥죄는 규제가 아직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직 뚜렷한 성공 사례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게 남 대표의 지적이다.
“고시를 하거나 대기업에 취직하려던 인재를 창업 쪽으로 오게 하려면 아이디어 하나로 수백억, 수천억원을 벌었다는 성공스토리가 나와줘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부작용을 우려해 화끈하게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이래선 성공스토리가 나올 수가 없다.”
기업가정신을 강조하면서 지나치게 도덕성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도 문제라는 게 남 대표의 시각이다. 창업자가 적절한 시점에 투자금을 회수하고 그 자금으로 다시 창업 생태계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선순환이란 것이다.
또 해외인재와 국내 기술인력 등 질 좋은 창업자를 육성하고, 창업단계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창업자 육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특히 묻지마식 창업 예방을 위해 우수창업자 선별보다 ‘창업기획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청년들의 창업아이템은 수익성ㆍ시장성에서 리스크가 높아 성공 확률을 높이고, 시장성 낮은 창업의 사회적 비용 절감을 위해선 창업기획사가 유용하다는 것이다.
경기 후퇴로 창업시장에 몰리고 있는 퇴직자 등의 자영업 창업을 기술창업 유인도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희망퇴직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업종이 한정적이므로 멘토링 및 벤처투자 연계를 포함한 ‘전직프로그램’을 제공해 기술창업으로 유도하자고 제안했다.
매년 평균 37만3000곳이 창업하고 평균 34만7000개가 퇴출되는 현실에서 자영업자의 대출증가와 소득악화는 우리 경제의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하라”=“열악한 환경과 적은 자원에도 불구하고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력만으로 창업한 벤처기업인들이 오늘도 밤 늦도록 불을 밝히고 있다. 이들의 경쟁력과 역량이 아직은 미약해 수많은 좌절과 실패에 직면하나 결국 이런 경험들이 자산으로 쌓여 언젠가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남 대표는 벤처 1세대로서 20여년의 노하우를 다진 기업인이다. 그는 그 노하우와 현장의 이야기들을 청년들에게 전해주는 자체가 재능기부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벤처기업협회장, 기업가정신재단 이사, 다산네트웍스 대표, 청년위원회 위원장(2013년 7∼2014년 7월) 등 다양한 직함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별개의 일로 느끼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 청년들은 현실에 안주하고 남들이 가는 길을 마냥 따라가서는 안된다. 나만의 경쟁력과 목표로 도전하기를 바란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 어떤 분야에서건 본인의 열정과 잠재력을 믿고 원하는 것에 도전하는 것. 그것이 청년이다. 실제로 해보는 것과 책상에 앉아서 보는 것은 차이가 크다. 깨지고 쓰러지더라도 실행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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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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