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IB 수년간 국내 자금조달 거의 없어” - 공모 벤처펀드, 비상장사 편입시 수익률 계산 ‘난제’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최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공모형 코스닥벤처 펀드(이하 공모 벤처펀드)에 대한 보완 대책이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적격기관투자가(QIB) 시장이 국내 자금 조달 용도로는 힘을 잃은 시장인데다, 비상장 기업 편입에 따른 수익률 산정 ‘난제’도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적격기관투자가(QIB)에서 발행된 ‘신용등급을 받지 않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공모 벤처펀드에 편입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사모형 코스닥벤처펀드와 달리, 공모 벤처펀드가 CB나 BW를 자산으로 편입하려면 이 채권들에 대해 반드시 신용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비상장 벤처기업들의 신용평가가 쉽지 않아, 코스닥벤처 펀드 출시 이후 공모 운용사들은 CB와 BW를 편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비상장 기업 자산을 편입하는 데 난항을 겪는 공모 운용사들의 운용 여력을 높이고자, 금융당국은 QIB 시장에서 거래되는 CB나 BW라면 신용등급을 받지 않아도 공모 벤처펀드에 담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QIB 시장에선 자산 규모 2조원 이하 기업이라면 신용평가를 받지 않아도 채권을 발행해 기관투자자들과 거래할 수 있다.
하지만 자산운용업계는 당국의 이러한 조치가 당장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현재 QIB 시장에는 국내 CBㆍBW 물량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현재 QIB 시장을 통해 발행된 채권은 128종류인데, 이들 모두 해외에서 외화자산을 조달하려는 목적으로 발행된 ‘국내 기업의 외화표시채권(KP)’이라는 것. 코스닥벤처 펀드 취지에 부합하는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은 전무한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공모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QIB 시장이 2012년 출범한 뒤 이곳에서 국내용 자금조달이 있었던 것은 단 한차례였다”며 “국내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한 기업들이 시장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기 전까지는 이 시장을 활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 운용사들이 비상장 기업의 CB와 BW를 이전보다 활발하게 인수할 수 있게 되더라도, 향후 이들 기업에 대한 ‘펀드 수익률’을 어떻게 계산할지도 난제로 남아있는 상태다. 대다수 사모 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이 한번 자금을 납입하면 일정 기간 동안 환매를 못하도록 하는 폐쇄형 방식의 코스닥벤처펀드를 설정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공모 벤처펀드는 자금을 납입한 투자자들이 언제든 자금을 뺄 수 있는 개방형 상품 구조를 띤다. 이 경우 공모 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의 수익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매일매일 펀드 수익률을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비상장 기업에 대한 CB나 BW는 매일매일 가격을 산출할 수 없어, 공모 벤처펀드 입장에선 수익률을 계산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이미 비상장 벤처 기업에 주로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이들 CBㆍBW를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하기 전까지는 따로 수익률 변동을 도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매각 전까지는 장부가로만 처리하기 때문인데, 이런 계산 방식을 공모 운용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일 상장된 회사라면 CB나 BW를 발행할 경우 주식 가격 변동에 따라 CB나 BW 가격을 매일 산출하는 게 가능하지만, 비상장 회사는 매각 등 거래가 없으면 매일 가격을 산출할 수 없다”며 “편입된 코스닥 상장 기업들은 매일 수익률이 나오지만, 편입된 비상장 기업의 수익률이 매일 계산되지 않는다는 점이 난제”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보완 대책을 지켜보면 한마디로 ‘땜질식’, ‘주먹구구식’ 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책 발표에 앞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raw@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