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개혁 상황실’ 운영 김현숙 전 고용복지수석 지휘 국가정보원 통해 민간인 사찰도 고용노동개혁위, 수사의뢰 권고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노동개혁이라는 미명아래 노동계에 직·간접적으로 외압을 행사하고 국가정보원을 통해 민간인을 사찰했던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 당시 청와대의 김현숙 고용복지수석은 비선조직인 ‘노동시장개혁 상황실’(이하 상황실)을 비밀리에 운영하면서 각종 외압 행사를 주도했다.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기구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위원장 이병훈)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고용노동행정 관련 조사과제 중 노동개혁 관련 외압 실태, 국정원의 고용보험자료 제공 요청, 불합리한 검찰 수사지휘 관행 개선에 관한 조사결과와 권고사항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위원회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2016년 상황실의 문건 5000여개와 관계자 21명을 조사·분석한 결과, 2015년 8월7일 고용부차관 직속기구로 설치된 상황실은 실질적으로는 당시 청와대 김 고용복지수석의 지휘아래 있는 노동개혁 홍보비선조직이었다. 김 수석이 실질적으로 지휘했으며 청와대 노동시장개혁TF 회의(‘BH회의’) 자료를 작성하고 한국노총 미복귀시 대응방안, 보수청년단체 동원방안, 야당정책 대응방안, 기획기사 및 전문가기고 조직화 방안, TV토론기획 등을 결정ㆍ지시했으며 실행사항을 점검했다.
위원회는 이 상황실이 각종 위법·부당행위를 했다고 발표했다. 먼저 노동시장개혁 홍보예산 확보를 위해 일반회계 가운데 실·국 소관 예산을 전용했다. 2015년 세대간 상생고용지원사업 집행액 18억700만원 가운데 13억원을 전용한 것이다. 2015년 노동개혁 홍보 예비비 1차 배정액 13억9000만원의 경우 대통령 승인을 거치기도 전에 신문광고, TV광고가 10일 이상 먼저 선집행돼 국가재정법령을 위반했다. 정부 여론몰이라는 비판을 피하고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TV광고를 수의계약으로 체결, ‘국가계약법’과 국무총리 훈령을 위반했다. 특히, 김현숙 고용복지수석은 협찬약정 방식 TV광고의 제작사 선정과정에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특정 업체를 지정. 방송사가 위 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해당 광고를 제작하게 해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위원회는 또 상황실이 청와대 노동시장개혁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홍보하기 위해 야당을 비판하고 노동단체를 압박할 수단으로 보수청년단체를 활용한 사실을 포착했다. 위원회는 김 수석이 TF 회의에서 야당 정책 비판과 노동단체 압박을 위해 보수청년단체의 기자회견 등을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고, 이는 직권남용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상황실이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하려는 목적으로 야당 정치인에 대한 대응 방안을 기획했고,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고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한국노총을 노사정위에 복귀시키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상황실 운영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김현숙 전 수석과 이병기 전 실장에 대한 직권남용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의뢰할 것을 김영주 고용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아울러 홍보예산 집행 시 법령 및 훈령 위반 재발방지 조치 마련, 광고집행 가이드라인 수립, 노동단체 지원에 대한 기준 수립, 기획기사·전문가 기고에 대한 부당한 정부개입 금지방안 마련 등 행정 개선조치를 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이밖에 국가정보원이 2008∼2013년 민간인 592명과 기업 303곳의 고용보험 정보를 요구한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위원회는 국정원이 요구한 자료만으로는 자료 요청 대상자 선정 기준이나 자료 활용목적을 확인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리고, 이를 확인해줄 것을 고용부에 요청했다. 한편 위원회는 검찰의 불합리한 수사지휘 관행을 근절하고자 고용부가 검찰과 ‘정기 협의체’를 구성해 노동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 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하고,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위법·부당한 업무를 추진한 의혹으로 국민들께 실망을 드린 데에 소관 부처 장관으로서 사과드린다”며 “앞으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겠으며, 개혁위원회가 권고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대우 기자/de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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