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 했다. 자연에서 한 평생, 가구로 집안에서 또 한 세상 산다는 의미다. 나무는 죽어서도 숨을 쉰다. 수분을 머금고 내뿜는다. 여기서 수축팽창이 온다. 한국은 사계절에 온돌문화다. 가구에겐 더 이상 가혹할 수 없는 환경이다. 계절에 따라 온도는 물론 습도까지 차이가 엄청나다. 게다가 아랫목과 윗목이 다르고 웃풍까지 있다. 한국 목수는 대낮 사막과 한밤 북극이 반복순환되는 환경에서도 변형없이 견디는 가구를 만들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목수들이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위기를 기회삼아 놀라운 해결책을 만들어냈다.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짜맞춤이다. 접착제 사용을 최소화하고 나무에 홈을 파고 끼워 연결하는 방식이다. 견고하고 튼튼하며, 오래 사용해도 비틀어지거나 휘어질 염려가 적다. 게다가 숨은 주먹장을 비롯해 제비촉, 연귀 맞춤 등 디자인적 요소까지 가미된 다양한 기법들을 만들어냈다. 심지어 모양만 내는 헛장부도 있다. 지금 생각해도 선조 목수들의 지혜가 놀라울 따름이다.
짜맞춤 식탁은 상판과 다리를 따로 놀게 한다. 나무가 숨 쉴때 영향을 덜 받도록 하기위해서다. 무리하게 접합하면 나중에 상판의 배가 나오거나 심지어 ‘땅’ 하는 총소리를 내며 찢어진다. 그럴때면 만든 사람의 가슴은 미어진다.
합판이나 합목,MDF 소재를 이용하고 우레탄이나 페인트로 칠을 해버리는 현대가구는 수축팽창 걱정이 거의 없다. 하지만 원목을 주로 쓰는 전통가구 목수들은 수분이 많은 여름에 가구를 짜지 않는다. 겨울에 짤때도 여름에 팽창할 걸 감안해 몸통과 서랍간격을 여유롭게 한다. 가을 겨울 봄에 백골을 짜고 여름엔 옻칠을 하면 딱 좋다.
한국의 목수들은 나무를 다스리는데도 남달랐다. 그 정수는 팔만대장경이다. 경판용 나무는 준비하는데만 적어도 5년은 걸렸다. 미리 벌채해 1년 이상 산에서 말린 후 판재로 켜고 뻘에 담갔다. 그걸 또 소금물에 삶아 3년을 통풍 잘되는 음지에서 말린 후에야 글자를 새겼다. 1000년이 지나도 갈라지거나 벌레 먹지않고 잘 보존된 이유다.
그만은 못해도 가구용 원목도 환경에 순응하는 기간을 둔다. 옛날 목수들은 몇년 자연건조된 목재들을 온돌방에 쌓아놓고 그 위에서 잠을 잤다. 원목 침대의 원조다. 최대한 사람이 사는 것과 같은 조건에서 목재를 보관한 후 그걸 꺼내 쓴 것이다. 지금 필자도 외부에서 5~10년 정도 자연건조시킨 후 최소 1년 이상 공방안에 보관했다가 가구를 짠다.
요즘 목수들은 선조들보다 고민해야 할 게 한가지 더 있다. 달라진 거주 환경이다. 저층에 흙으로 지은 옛집은 전체가 제습기였다. 지금은 가구만 제습기 역할을 한다. 아파트는 특히 실내가 건조하다. 스승님은 9층 이상에 놓일 가구엔 아교를 쓰지말라 하셨다. 부스러진다는 것이다. 꼭 필요하면 어교를 혼합하여 쓰도록 배웠다.
가구도 그럴진데 인간의 몸은 어떨까. 가구는 가족 건강 지킴이가 될 수 있다. 원목도마에 곰팡이가 피고제대로 만든 가구에 하자가 난다면 집안 환경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한번쯤 점검해 보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