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확정함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지재권·농업개방 공세가 우려된다.
미국은 이번 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대상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적용을 보류하는 등 ‘관세 폭탄’을 FTA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규제 조치 서명식에 앞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나프타 재협상을 거론하며 “만약 우리가 합의에 도달한다면 두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세대상국에 대해 “대미 수출이 미국에 가하는 위협을 해소한다면 면제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밝혀, 향후 ‘소명’을 거쳐 면제국을 추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다른 나라와의 FTA 협상과 관련해 관세 폭탄을 압박수단으로 활용한 만큼 이르면 이달말 3차 협상을 준비중인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연계 작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한국과 FTA 개정협상에서 자동차시장 추가 개방 등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공세를 펼쳐왔다. 여기에 철강 관세까지 연계할 경우 더욱 다양한 카드를 협상테이블에 올리며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약, 지식재산권, 농업 등이 트럼프발 통상압박의 다음 표적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의 주요 경제단체와 산업계는 최근 한미FTA 개정협상을 통해 한국의 지식재산권 보호수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미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상공회의소는 연방관보에 게재한 의견서에서 한국에 지재권의 상업화를 방해하는 규제·행정 장벽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 사례로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에 부과한 약 1조원 규모의 과징금과 ‘특허권 갑질’에 대한 시정명령을 언급했다.
미 상의는 공정위 결정이 퀄컴이 한국 외 국가에서 취득한 특허권까지 규제하려고 한다며 이는 국제 규범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전미제조업협회(NAM)도 미국이 지재권 보호를 위해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NAFTA와 한미FTA 개정협상을 거론했다. NAM은 미국에 위조 상품을 유통하는 주요 국가로 중국, 인도, 한국, 싱가포르 등을 지목했다. 미국 제약협회(PhRMA)도 캐나다, 한국, 말레이시아 3개국을 우선순위(priority) 국가로 지정하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우리가 “레드라인”이라고 선을 그은 농업 시장에 대해서도 미국이 추가 개방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도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등 기존에 제기했던 이슈 외에 미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쇠고기 수입 분야를 거론하며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FTA 개정협상이 ‘강대강’으로 치달으며 실타래가 엉키는 심각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배문숙 기자/osky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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