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통령 직무 권한 최순실 사익 추구 수단으로 남용” -변호인 “대통령으로 불철주야 노력한 점 감안해달라” 호소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피고인은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입니다. 국정에 한번도 관여해 본 적이 없는 비선실세에게 국정 운영의 키를 맡겨 국가 위기 사태를 자초한 장본인입니다.”
검찰은 2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30년에 벌금 1185억 원을 구형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1심 마지막 변론일에도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중형 구형으로 방청석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술렁였지만, 법정에 자리한 검사 9명과 국선변호인 5명은 정면만 응시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은) 국가기관과 공조직을 동원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 직업공무원제 등 헌법에 의해 보장된 핵심 가치를 유린했다”며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직무 권한을 자신과 최서원(최순실)의 사익 추구 수단으로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2016년 7월 국정농단 의혹이 처음 불거진 이래로 20개월 경과한 현재까지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단 한차례도 보인 적이 없다”면서 “현 시점에서 우리 국민은 이제라도 잘못을 통감하고 자신의 책임을 겸허히 인정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은 현행법에 규정된 유기징역형 상한이다. 검찰이 지난해 12월 최순실(62) 씨에게 구형했던 징역 25년보다 높다. 박 전 대통령이 최고 권력자로서 국정농단 사건의 정점에 있었던 점, 지난해 검찰 수사와 탄핵 심판 사건을 모두 회피하고 현재 ‘재판 보이콧’에까지 이른 점이 고려됐다.
국선변호인단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장시간 최후 변론을 하며 박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했다. 대기업으로부터 미르ㆍK스포츠재단 후원금을 강제 모금한 혐의부터 삼성ㆍ롯데ㆍSK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박승길 변호사는 변론 도중 “부디 실수가 있더라도 대통령으로서 불철주야 노력했던 점을 감안해서 선처해달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결심공판은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7일 기소된 지 317일 만에 열렸다. 지난 2016년 7월 언론 보도로 미르ㆍ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의혹 등이 불거진 지 20개월 만이다. 검찰은 공범인 최 씨와 안종범(59) 전 정책조정수석을 지난 2016년 12월 나란히 재판에 넘겼지만, 현직 대통령인 박 전 대통령 조사에는 실패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헌재 결정으로 파면된 뒤 같은해 4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지난해 5월 첫 공판 이후 ‘주 4회’ 재판을 강행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6일 구속 연장에 반발해 재판 거부를 선언하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유영하 변호사 등 기존 변호인단이 총사퇴 카드를 꺼내자, 재판부는 국선변호인 5명을 지정해 재판 절차를 이어나갔다.
법원 안팎에서는 검찰 구형량과는 무관하게 박 전 대통령이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박 전 대통령과 12개 혐의 공범인 최 씨가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만큼, 박 전 대통령은 이보다 중형에 처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구형량과는 달리 유기징역형에 처해질 경우 최대 4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여러개 혐의를 동시에 받는 ‘경합범’의 경우 최고 형량의 절반까지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이면 징역 10년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형법은 무기형이 아닌 징역형의 경우 1개월~30년 범위에서 정하도록 규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