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수집 인권침해 등 이유 실정법 곳곳에 산발적 규제조항 비식별 정보 폭넓은 활용 필요성 벤처·과기단체등 ‘개방 운동’ 한창
“우리나라는 지나친 데이터 규제로 인해 주요 신산업에서 중국에 뒤지고 있다. 데이터 관련 규제족쇄를 풀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누적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환자에 대한 처방과 투약이 정확해진다. 우리나라는 연간 43만명이 약물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진료비만 2700억원에 달한다.”
범벤처단체와 과학기술단체 연합 ‘데이터 개방 운동’이 한창이다.
5∼10년 뒤 국가의 성패를 가를 4차 산업혁명의 열쇠를 데이터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서명운동에는 40여일만인 26일 현재 전문가그룹을 중심으로 1만5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벤처협회 관계자는 “데이터는 혁신의 원천이며, 신산업의 쌀이자 에너지”라며 “데이터 개방이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문제로만 인식되는 탓인지 아직 대중성이 부족하다. 추이를 지켜본 뒤 새로운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현재 개인정보 보호란 측면에 치우쳐 비식별정보 활용마저 제한받고 있다. 이런 탓에 각 분야별 빅데이터 구축과 빅데이터를 에너지로 삼는 인공지능(AI) 발달이 지연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는 네트워크(5G·IoT·각종 센서)를 모아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작동하고 딥러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 내에서 데이터 개방과 관련한 규제 개선은 더딘 상황. 개인정보 수집 관련, 인권침해를 이유로 일부 시민단체와 국회 내의 반대가 완강한 것도 한 이유다.
보건의료, 지질자원 등 품질수준과 민간 활용도가 높은 ‘국가중점데이터’ 관련 개방은 2017년 48개 분야에서 올해 60개 분야, 2019년 80개 분야로 늘린다는 계획만 있을 뿐이다.
우리와 산업별 경쟁이 한창인 일본의 경우 2020년을 목표로 정부와 민간의 빅데이터를 포괄하는 통합 포털사이트 개설을 추진한다고 지난 19일 발표했다. 농업·교통·인프라·재난방지·의료 등의 분야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전면 통합 개방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데이터 규제의 대강은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그야말로 윤곽만 정해져 있을 뿐이다. 여기에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의료법, 생명윤리법, 신용정보법 등 실정법 곳곳에 산발적 규제조항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문선로앤사이언스의 최지선 변호사는 “법조계에서는 데이터 개방에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헌법, 법률, 판례상 여러가지 제약이 존재한다. 헌법상으로만 봐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핵심인데, 기본권과의 충돌이라든지 개인가치와 사회적 가치 간의 가치판단 문제 등이 있어 접근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범정부적 데이터 표준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품질 낮은 데이터 개방으로 기업들이 데이터 융합 및 가공 때 애로가 발생하고 활용범위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배일권 행안부 공공데이터정책과장은 “700여개 공공기관이 공개하는 정보는 나름의 가치가 있다. 공공데이터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필요한 부분을 파악할 예정”이라며 “공공데이터 표준화품질을 확대하는 등 양보다 질에 대한 관리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개인임을 식별할 수 없는 비식별 데이터도 모아 빅데이터로 쓰면 한국에선 문제가 되는 게 현실”이라며 “개인정보 관련 규정을 일원화하고, 보호와 규제 위주의 법안을 완화해 비식별정보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문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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