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전국 최초 951명 편의점주 대상 실태조사 -평균 식사시간 15.6분, 10명 중 7명 건강이상 호소 -편의점주 10명 중 8명, 명절 자율영업 원해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편의점주 A씨는 이번 설날에 아르바이트생을 구할 수 없어서 명절당일 휴업을 본사에 요청했지만 휴업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 편의점주 B씨는 지난해 초 영업지역(250m) 내에 같은 브랜드 가맹점이 출점해 매출이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본사는 신규 가맹점 출점에 대해 B씨에게 동의 여부를 물어봤지만, B씨는 본사와 관계유지를 위해 동의서를 작성해줄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가 서울시 소재 5대 편의점(출점수 기준) 총 951명의 편의점주를 대상으로 근무시간, 휴식일 등의 근무환경 실태조사 결과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편의점 365일 24시간 의무영업에 대한 시민인식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추석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의 편의점 방문 및 간담회에 이은 후속조치로, 편의점주의 노동시간 및 휴식일 보장 여부, 심야영업 여부, 건강상태 등 근무환경과 적정 영업지역 보장 및 근접출점 여부 등에 대해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기간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로, 시민 모니터링요원이 편의점을 방문해 실시한 설문조사를 기본으로 추가 방문, 전화 조사와 계약서 분석 및 심층 인터뷰 등을 통해 구체적인 실태를 확인했다. 또 명절 자율영업제 시행시 시민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 외부기관을 통해 지난해 11~12월 시민인식에 대한 온라인 조사를 병행해 진행했다.
그 결과, 365일 24시간 점포를 운영해야하는 편의점주의 주당 노동시간은 65.7시간으로 일반 자영업자(48.3시간)에 비해 주당 평균 17.4시간이나 더 길었다. 근무 중 식사시간은 평균 15.6분에 불과해 대부분의 편의점주들이 정상적인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평균 쉬는 날은 평균 2.4일(2주당 1일 꼴)이고 조사대상의 37.9%는 “아예 쉬는 날이 없다”고 응답해 편의점주들의 노동강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10명 중 7명은 장시간 근무로 인해 1개 이상의 건강이상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세로는 소화기질환이 57%로 가장 많았으며, 디스크질환, 불면증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건강이상 유형은 ‘소화기질환’이 57%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관절질환’ (44.5%), ‘디스크질환’(34.8%), ‘불면증’(29.3%), ‘우울증’(22.5%) 순이었다.
편의점주의 가장 큰 부담 중 하나는 바로 365일 24시간 의무영업이다.
이로 인해 개인적인 경조사는 물론 명절에 제대로 고향에도 내려가기 어려운 현실이다. 응답자의 82.3%는 지난해 추석 때 영업을 했고, 전체 응답자의 86.9%는 명절 당일 자율영업에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전체 응답자의 93.1%는 “현재 심야영업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 가운데 심야영업을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62%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 가맹사업법상 영업지역 규제가 실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에 대한 영업지역 침해를 규제하고 있지만, 편의점주들은 영업지역 내 가맹본사가 신규 편의점을 출점하기 위해 동의서 작성을 요구할 경우 이를 거부하기 어려워 이에 대한 감시강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가맹사업법 제12조의 4는 계약 체결시 가맹점주의 영업지역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가맹계약 갱신과정에서 상권의 급격한 변화 등 일정한 사유가 발생해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가 서로 합의할 경우에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가맹본부는 정당한 사유없이 계약기간 중 가맹점주의 영업지역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설문조사 및 심층조사 과정에서 일부 편의점주들은 가맹계약 기간 중 편의점주에게 출점 동의서를 받아가는 방법으로 가맹본부가 영업지역 내 편의점을 출점하고 있어 이로 인해 매출이 감소한다고 답변했다.
또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시민 10명 중 7명이 “심야 자율영업제에 찬성한다”고 응답했고, 6명은 “명절 자율휴무제에 찬성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실태조사 결과 확인된 편의점주 근로환경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모범거래기준 수립ㆍ배포 및 법령개정 건의 등을 통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상시적으로 서울시 불공정피해상담센터를 통해 가맹본부가 편의점주에게 동의서를 받아 해당 영업지역 내에 신규 출점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강요가 있었다고 판단되는 경우 공정위에 조사의뢰할 예정이다.
휴일ㆍ심야영업은 소비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지만 심야근무 인력 확보의 어려움, 점원과 점주의 건강권 침해, 범죄 노출 등의 단점이 있다. 심야영업이 비정규직 노동자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노동시장 구조의 건전성 관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유럽은 다소 완화 추세이기는 하지만 ▷종교ㆍ문화적 배경 ▷노동자의 건강권 ▷중소 상공인들의 건강ㆍ경제 보호를 이유로 여전히 일요일 정기 휴점을 유지하고 심야영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특정 경제법령을 가지고 있다. 일본도 직접적인 배경은 인력부족이지만 외식업 중심으로 영업시간 단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강태웅 경제진흥본부장은 “휴일, 심야영업은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주지만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영업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편의점은 물론 자영업자 및 근로자의 휴식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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