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비용 조달부담 커지고 차별화된 경쟁수단 사라져 “평등해지면 대형사만 유리”
[헤럴드경제=김우영ㆍ김성훈 기자] 정부가 후분양제를 서두르고, 9일 정비사업 수주의 새 기준까지 시행되면서 중소 건설사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대형사에 절대 유리한 제도들이어서다.
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후분양제를 공공부문에서는 의무화하고, 민간부문에서는 인센티브를 통해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수립 예정인 장기주거종합계획 수정계획에 구체적 내용이 반영될 예정이다. 국회에서는 아예 주택법을 고쳐 의무화하자는 법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후분양에 대한 혜택으로 거론 중인 공공택지 우선 공급이나 건설자금 지원은 참여정부 때도 주었던 혜택인데, 후분양제를 시범사업 이상으로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도입 의지가 있다면 결국 의무화 카드를 꺼내게 될 것”이라 말했다.
후분양제가 의무화하게 되면 건설사들은 수요자들에 사업비 조달책임을 떠넘길 수 없게 된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건설사는 대형건설사보다 더 높은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야 한다. 이자비용은 분양가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셈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2~3년 뒤 시장 상황과 유망 상품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해진다”며 “준공 후 분양률이 저조할 경우 일부 대형건설사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들이 심각한 자금 압박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등 집값이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후분양을 하면 기존에 수요자가 가져갔던 집값 상승액 일부를 건설사가 가져갈 수 있지만, 미분양 위험이 있는 지방은 자금조달이 어려워 후분양 자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는 9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도 중견 건설사에겐 부담이다. 지난해 재건축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마련된 일종의 가이드라인 성격의 이 기준은 원칙적으로 이사비와 이주비 제안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부 이사비 지원은 가능하다. 이주비 대출 이자는 건설사가 조합에 대여할 수 있게 했다.
수주전 과열의 원인으로 지목된 개별홍보도 하지 못하게 했다. 또 등록되지 않은 홍보(OS)요원이 홍보 행위를 하다 3회 적발되면 입찰은 무효된다. 새 기준이 시행되면 재건축 수주전에 나서는 건설사들은 정해진 틀 안에서 브랜드와 공사비 등 제한된 요건만으로 싸워야 한다.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에서 밀리는 중견 건설사들은 불만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평등을 가장한 불공평”이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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