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K-OTC PRO(프로)에서는 벤처캐피털(VC)간의 첫 주식거래가 이뤄졌다. 한 창투사가 보유중이던 바이오 중소기업 주식을 매물로 내놓은지 7일만에 또 다른 창투사가 매입 의사를 밝히며 약 2억원 규모의 거래가 성사된 것. 이 사례는 K-OTC PRO를 개장한지 6개월만에 이뤄진 기관투자가들간의 첫거래라는 점에서 장외시장 주식거래 역사의 한 대목을 차지할만 하다.
K-OTC PRO. 이름만으론 여전히 생소하다. K-OTC PRO는 지난해 7월 금융투자협회가 증권사ㆍ연기금ㆍ자산운용사ㆍ벤처캐피털ㆍ은행ㆍ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쉽게 비상장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이다. 이전까지는 비상장 기업에 대한 기관투자가의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서로 친분이 있는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이뤄지는 거래(클럽딜)로 인해 시장엔 매물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고 거래 당사자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 거래는 ‘그들만의 리그’로 회자되곤 했다. K-OTC PRO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투자협회가 미국의 장외시장을 벤치마킹해 설립한 것이다.
현재 K-OTC PRO에서는 비상장주식에 대한 호가 게시와 협상이 가능하다. 비상장기업은 K-OTC 플랫폼을 통해 자금조달 방법과 목표금액을 게시한 뒤 시스템 안의 메신저를 통해 투자자와 협의 할 수 있다.
호가 교류가 가능한 전문 플랫폼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K-OTC PRO에선 개장 3개월만인 지난해 10월, 비상장사와 기관투자가간 첫 주식거래가 이뤄졌다. 공유자전거 벤처기업 ‘마스아시아’가 신주 발행을 통해 골든트리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억5000만원의 투자 자금을 유치한 것. 한 달뒤인 11월엔 농협 식자재유통 기업인 ‘이하나클럽’이 신주 매각을 통해 골든트리투자자문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K-OTC PRO에서 이뤄진 주식거래는 이것이 전부다. 올해 1월에 있었던 기관투자가간 거래 1건을 포함해 7개월간 고작 3건의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업계에선 K-OTC PRO가 활성화되면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 ‘투명성’이 확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OTC PRO라는 시장을 통해 비상장 기업에 대한 ‘시장가격 평가’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VC 등 운용사(GP)는 연기금이나 정책금융공사 등 출자자(LP)에 자금을 받아 운용한 뒤 LP에 성과를 보고하는데, 기존에는 ‘장부가’ 중심의 평가가 진행됐다. 기업 가치를 정해진 통계 모델로 평가하더라도 공동의 시장이 없기에 시가가 아닌 ‘장부가’를 활용함으로써 기업 성과를 부풀리는 일도 잦았다. 업계에선 K-OTC PRO 덕분에 VC들의 운용 성과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각계에선 K-OTC PRO 활성화를 위한 제언들이 쏟아진다. 우선 K-OTC PRO가 단순히 ‘호가 제시’ 수준에서 머물러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1일 금융위원회가 K-OTC PRO 플랫폼 확대ㆍ개편안을언급한 것도 이런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물로 해석된다. K-OTC PRO를 ‘호가 제시’ 뿐 아니라 직접 ‘거래 체결’까지 가능한 플랫폼으로 변화시켜야만 궁극적인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권용원 신임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취임사를 통해 4차산업 혁명과 모험자본 공급을 강화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금투협회가 앞으로 이 시장 활성화에 더욱 경주할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 역시 예단하긴 어렵다. 다양한 시장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을 경우 백년하청(百年河淸)의 목표일 뿐이다.
골든트리에쿼티파트너스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 나가보면 기관투자자들의 유동성(자금)이 넘치지만 매물을 찾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K-OTC PRO가 더 큰 시장이 되면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유입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끝 >
김지헌 기자/r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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