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공법 선호 문재인 스타일 - 집권 후반기엔 불가 경험도 영향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개헌안 마련을 지시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국회 의석 구조상 자유한국당(117석)이 반대하면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안되는 개헌안’에 한발짝 더 다가선 문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대해 표면적 이유보다 개헌안 마련 지시 이유가 더 궁금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6일 청와대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보수야당의 반발이 거세다’는 질의에 “충분히 예상했던 반응”이라고 답했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고, 국민과의 약속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정책기획위원회가 개헌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위원장은 정해구 교수가 맡는다. 개헌 대상이 되는 헌법 조항은 가능하면 국민요구에 맞춰 넓게 잡되, 대통령 중임제 등 권력구조 개편안 마련이 어려울 경우 지방분권 등 여타 부분 개헌도 가능하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이 새해 들어 개헌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30년된 옛 헌법’이라며 개헌 화두를 던졌고, 지난 1일에는 ‘지방분권 중심 개헌’을 강조했다. 이어 5일에는 개헌안 마련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개헌 시간표’에 맞춰 개헌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개헌안 마련을 지시한 것은 우선은 ‘정공법’을 선호하는 문 대통령 스타일과 관계가 깊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8번)에서 ‘기능을 다한 1987년 헌법 개정으로 새시대의 헌법을 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는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 모두 모두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지방분권개헌을 약속한 바 있다. 자신의 공약 이행은 명분이 충분히 쌓였고, 야당의 개헌 반대는 이유가 없다는 것으로 문 대통령이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도 문 대통령이 개헌을 서두르는 이유다. 개헌안에 대한 국회 심의는 최장 60일이 걸리고, 투표 최소 20일 전에는 국회 의결이 마무리 돼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3월말까지는 개헌안이 완성돼야 한다. 반면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반대로 인해 공전만 하고 있다. 때문에 더는 기다리기 힘들다는 현실적 이유가 5일 개헌안 마련 지시 배경이다. 대신 문 대통령이 개헌 발의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대해 청와대는 일단 ‘국회 개헌안이 우선’이라는 정도의 입장만 피력하고 있다.
집권 후반기에는 개헌이 불가능하다는 과거 경험 역시 문 대통령이 개헌안 마련 지시를 내린 원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5년차인 지난 2007년 1월 대국민담화를 통해 ‘원 포인트’ 개헌 의사를 표했지만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참 나쁜 대통령”이란 말로 개헌론을 무산시켰다. 문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개헌을 연일 언급하며 속도를 내는 것도 집권 후반기에는 개헌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