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실제 피해 입증 쉽지 않을 듯, 원고도 애매모호“ - 문제 인지 후 쉬쉬 ‘사기죄’ 해당. 작년 6월 이후 구매 소비자는 손해배상 가능성도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칩셋 보안 결함과 관련해 국내 소송전이 본격화 한 가운데, 승소 가능성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인텔의 CPU 시장점유율은 70%에 육박하고 있어, 소송 결과에 따라 파장이 일파만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담우가 인텔 ‘CPU 보안결함’ 관련 소비자 집단 소송 준비에 착수하면서, 시장에서는 국내 소비자의 승소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IT기업의 제품 결함으로 인한 국내 집단 소송 움직임은 최근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에 이어 올해에만 두 번째다.

우선 법률 전문가들은 실제 손해를 입증해야 하는 ‘실손 배상주의’에 무게가 실린 국내법상, 소비자들이 구체적인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소비자가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입었거나 CPU 결함으로 인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됐음을 입증해야해 법적 공방이 치열해질 수 있다”며 “인텔 CPU의 보안 취약점이 얼마나 심각하고 치명적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애플 아이폰과 달리, 인텔 CPU는 소비자가 부품을 직접 구매한 것이 아니라 CPU가 탑재된 제조사의 완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원고를 지정하는 것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휘영 법무법인 휘명 변호사는 “소송 대상자가 CPU 칩셋을 만든 인텔인지, 인텔 CPU 칩셋을 탑재해 완제품을 만든 제조사인지 명확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 때문에 소비자와 별개로 완제품 제조사들이 직접 인텔에세 법적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텔이 작년 6월 CPU의 보안 결함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숨기고 제품을 판매한 것은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구 변호사는 “제품 문제를 인지하고도 고의로 이를 숨긴 것이 사실이라면 사기죄를 검토해 볼 수 있다”며 “인텔이 문제를 인식한 작년 6월 이후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CPU 금액에 해당하는 수준, 이로 인한 불편 등의 손해를 보상받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인텔의 ’CPU 게이트‘ 파장도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의 CPU 시장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애플, 구글, 아마존,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인텔의 주요 고객사다. 윈도우, 맥OS 등의 운영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실상 대다수의 소비자가 인텔 CPU 보안결함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추가적인 보안 문제를 막기 위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을 통해 보안패치 업데이트를 안내하고 있지만, 이 역시 보안 문제를 차단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많아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파문은 인텔이 최근 10년 동안 판매해온 CPU 칩인 ‘x86’ 프로세서에서 해킹에 취약한 결함인 ‘멜트다운(Meltdown)’과 ‘스펙터’가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멜트다운은 해커들이 컴퓨터 메모리에 침투해 로그인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훔칠 수 있어 해킹 시 소비자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 인텔을 상대로 오리건 주, 인디애나 주, 캘리포니아 주 등에서 3건 이상의 집단소송이 제기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