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남북 관계 복원 적극 노력” -美 국무 철회한 카드…北도 당시 싸늘 -北 평창 오면 ‘테이블’ 만들어질까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1일 “북측과 대화를 하게 된다면 북한이 관심을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사항들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조건 없이 논의할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미국에 북한의 도발 중단을 전제로 내년 초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한미 연합군사훈련 일정 연기를 제안하는 등 정부가 한반도 정세 전환을 위해 공을 들이는 가운데 통일부 장관의 입에서 ‘조건 없는 대화’가 언급돼 눈길을 끈다.

조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중식당에서 통일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내년에 남북 관계가 복원되고 북한 핵 문제 해결과 선순환 구도를 이룰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 나아가 북한과 핵 협상 테이블을 만들기 위해 ‘조건 없는 대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남북 관계 전체가 지금 완전히 단절된 상태기 때문에 지금 대화가 열린다고 할 때 과연 어떤 것부터 서로 논의할 수 있을까에 대해 우리가 너무 범위를 좁혀놓고, 목표를 정해놓고 접근하기 쉽지 않다”며 “일단 서로 만나서 상대방이 회담에 나오는 의도와 목표를 들어보고, 우리가 생각하는 의도와 목표를 상대방에 전달하는 것부터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남북 대화 역시 조건 없이 만나서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서로 엇갈리는 부분도 있겠지만 공통점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는 최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꺼냈다 백악관과 ‘엇박자’ 논란이 일자 즉각 철회한 카드다. 아울러 미국은 최근 대북 석유제품 공급을 약 90%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새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해 오는 22일(현지시간) 표결에 부치는 등 대북 압박의 수위를 고조시키고 있다.

조 장관도 이 같은 국제사회 분위기를 의식한 듯 “내년 상황도 녹록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미국이 국가안보전략(NSS)을 통해 밝힌 방향을 보면 상황을 쉽게 전망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런 가운데 저희가 포착하고 활용해나갈 수 있는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활용해서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관계 복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호응도 미지수다. 틸러슨 장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에 대해 지난 19일 북한 노동신문은 “대화 간판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며 “전제 조건 있는 회담을 하든, 전제 조건 없는 회담을 제기하든, 미국이 노리는 것은 우리 국가의 핵 포기”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또 한국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다만 북한이 최근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국제기구를 통해 정세 전환 가능성을 살피고 있고,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를 논의할 때 남북 간 체육 교섭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거란 점에서 유의미한 제안이 될 수도 있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내년 2월에 예정된 평창동계올림픽이 (관계 개선의)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북한 참가를 위해서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등과 협조해서 다각적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도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과거보다 협상에 관심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든 올림픽에 참여하는 것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북측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