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내년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질수록 연초부터 정부 돈이 풀리지 않게 돼 살아나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예산안 처리가 지연될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로 정한 것은 예산안이 늦어도 이때 국회를 통과해야 연초부터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회 통과 후 예산안 공고, 자금배정 계획 등을 확정하기까지 일정시간이 소요된다.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정부 돈이 풀리지 않으면 최근의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지장담하기 어려워진다. 가뜩이나 어려운 일자리 사정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3분기 성장률은 1.5%로 2010년 2분기(1.7%) 이래 29분기 만에 가장높았다. 수출이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2011년 1분기 이래 가장 높은 6.1% 증가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편성한 추경으로 인해 정부소비 역시 22분기만에 최고인 2.2%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3분기 성장률에서 정부부문의 기여도는 0.4%포인트로 전분기(0.2%포인트) 대비 2배를 기록했다. 수출과 함께 재정이 성장률을 견인하면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예산안 처리 불발로 한 축이 무너지면 이같은 흐름이 꺾일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거시적인 영향이 즉시 나타날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시간을 더 많이 끌게 되면 그 자체가 불확실성을 줄 수 있다”면서 “공무원 추가 채용 문제나 인건비 관련 연금 문제는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합의되는 부분부터 먼저 매듭을 짓고 가는 형태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정부 지출이 경제에 중요한 축을 차지하는 것이 한국 상황”이라며 “재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되면 당연히 경기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연구부장은 일부 예산의 감액과 관련해 “자본 지출 부문에서 깎이느냐 경상 지출 부문에서 깎이느냐에 따라서 상당히 달라질 수도 있다”면서도 “정부 지출에 의한 경기 부분, 성장률 부분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청사 고위 당국자는 “예산이 늑장을 부리게 되면 재정의 조기 투입이 늦어져 그만큼 재정적 효과도 반감될 수 밖에 없다”며 “경제회복의 시급성을 감안하면 하루하루가 골든타임이라는 것을 정치권부터 깊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재부 한 고위관계자는 “여야간의 의견차가 많이 좁아진 상태”이라며 “빠르면 4일 자정께 합의될 것을 염두에 두고 경제정책방향 등 관련 업무에 차질없이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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