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태국기업에 점포 매각하며 中 완전 철수 -오리온, 현지 영업환경 악화로 中 판촉사원 구조조정 -철수든 구조조정이든 향후 ‘中 발빼기’ 본격화에 주목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철수’란 단어는 그동안 꾸준히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섣불리 움직이긴 어려웠다. 비교적 저렴한 인건비, 거기에 비할 바 못되는 엄청난 시장 잠재력, 외교적 차원에서도 매력도가 높아 발을 빼긴 힘들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언제까지나 하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이 팽배해졌다.

중국 시장 얘기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중국의 사드보복과 관련한 국내 산업계, 약간 범위를 좁히면 국내 유통업계의 얘기다.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사드보복이 계속됐고, 언젠가 해소가 될 것으로 믿었지만 상황이 점점 나빠지면서 그동안의 손실은 감수하고, 더이상의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싹을 도려내겠다는 것이다.

일부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차이나 엑소더스(탈출ㆍExodus)’가 시작됐다. 잠깐의 흐름일 수도 있지만, 중국 사업에서 발을 빼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고, 중국 언론 흐름도 우리 정부를 성토하고 나서면서 사드보복은 이전보다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이로인해 그동안 중국사업에서 인내심을 갖고 손해를 감수해오던국내 유통기업들이 또 다시 긴장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 참에 중국 시장에서 완전 철수 카드를 꺼낸 업체도 등장한 것이다. 이것이 ‘도미노 엑소더스’로 연결될 가능성도 크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루이홍점, 무단장점, 난차오점, 창장점, 시산점 등 중국 내 점포 5곳을 태국 CP그룹에 매각하고 중국 시장에서 완전 철수키로 했다. CP그룹은 태국 최대 재벌로 중국에서 슈퍼마켓 브랜드 ‘로터스’를 운영 중이다. 상하이 15개ㆍ광둥 30개 등 중국 동남부 지역에 매장들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CP그룹이 인수하는 이마트 매장도 로터스 매장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써 이마트는 진출 20년 만에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게 됐다. 지난 1997년 2월 업계 최초로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는 중국 상하이 소재 취양점을 시작으로 한때 점포를 26곳까지 늘리며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입지 확보 및 현지화 실패로 지난 2011년 점포 11곳을 정리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해 현재는 6개 매장만 운영 중이다.

최근 5년간 이마트의 중국 시장 누적 적자는 2000억원에 달했다. 6개 매장 중 루이홍점, 무단장점, 난차오점, 창장점, 시산점 등 5개 점포가 이번에 CP그룹에 매각된다. 나머지 1개 점포인 화차오점은 다른 방식으로 매각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의 철수는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사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개편하는 과정의 일환”이라며 “중국에선 철수하지만 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한 해외 사업은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현지 구조조정에 들어간 업체도 있다. 오리온은 계약직 판촉사원을 중심으로 중국 현지법인 직원 1만3000명 중 20% 가까이 줄이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해당 구조조정의 배경엔 사드 배치 논란 이후 급격히 줄어든 생산량이 크게 작용했다. 한중 마찰이 심화되면서 대형마트 등에 제품을 공급할 수 없게 되면서 그만큼 판촉사원의 수요도 줄어든 것이다.

오리온은 지난 1993년 중국에 진출한 뒤 초코파이, 오감자 등을 각각 1000억원 이상 판매하며 현지화에 성공했다. 지난해 중국 법인 매출액은 1조3460억원으로 전체 매출 2조3863억원의 56.4%를 차지했다. 하지만 사드 여파로 중국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오리온의 중국 현지법인 매출은 3764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42.1%가 줄었다. 오리온 전체 매출도 8818억원으로 1조1000억원대를 보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00억원이 넘게 감소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번 구조조정 대상으로 언급되는 인원은 대부분 지금까지 판촉행사 등을 담당하던 계약직 직원들인데 중국 내 영업환경이 악화돼 인력을 조정한 것”이라며 “다만 현지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채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엄청난 손실을 감내하고 있는 롯데마트 역시 중국사업 자체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11월 중국 당대회를 ‘분수령’으로 보고, 그때 이후에도 사드보복 분위기가 걷히지 않으면 중국사업의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게 롯데마트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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