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차 노조 10월 통상임금 소송 추가 제기 - 통상임금 판결로 근무시간, 생산량 충돌 - 대법원 최종 확정시 사측 택일 불가피 - 근무시간 단축 후 적자전환 사례도 - 현대차도 임금인상 요구 가능성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역대 최대 규모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준 이번 판결은 기아차에 1조원 안팎의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떠안긴 것에 나아가, 완전히 새로운 근무환경 도래 가능성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본 1심 판단이 상급심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경우 향후 자동차 업계는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현행 근로시간을 유지하면 새로운 기준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게 되고 지금보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생산량이 감소해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시간과 돈을 놓고 어느 것 하나 쉽게 결정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노조는 이 같은 가능성을 회사를 더욱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고, 회사는 상여금을 낮추려는 과정에서 노조와 충돌할 수도 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이 노사화해의 출발점이 된다고 기대했으나 되레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다음달 별도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소송 청구기간에 포함되지 않았던 2014년 11월부터 2017년 현재까지를 청구기간으로 둔 추가 소송으로, 1심 판결이 동력원이 된 셈이다.

여기서 나아가 기아차 노조는 현재 진행 중인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도 확대된 통상임금 적용 대상을 넓혀달라고 주장할 계획이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대표소송 결과 영향을 받을 전체 노조원의 대상을 놓고 회사 측은 퇴직자를 빼려고 하지만 당시 근로자였던 만큼 퇴직자도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업계는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까지 유지될 경우 더 큰 문제에 봉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여금과 중식대가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재판부가 인정한 만큼 앞으로 회사는 근로자들에게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수당 및 연차휴가수당을 더 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임금상승을 피하기 위해 지금보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이는 곧 생산량 감소로 직결돼 매출과 이익에 바로 영향을 주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10시간씩 주야간 맞교대 체제에서 노조의 근로시간 단축 요구에 2013년 3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로 근무시간을 줄였다. 그럼에도 현재 양사 모두 생산계획을 맞추기 위해 일정 시간 연장근무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근무시간과 생산량 사이 어느 하나를 택하더라도 막대한 기회비용을 떠안을 수 밖에 없게된다.

갑을오토텍은 2013년 12월 대법원 판결 후 2014년 통상임금을 확대 적용하면서 근무시간을 줄였으나 전년도 5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65억원 손실로 적자전환됐고 2015년에는 107억원으로 손실규모가 늘어났다.

생산량을 줄이면 기아차의 실적악화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해외생산 비중이 늘 수밖에 없고 이는 국내 부품사 주문 감소로 이어져 급기야 5000여 협력업체의 존립 위기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임금비용을 지불하고 생산량을 유지하던지, 감소분을 해외서 채우던지 결정해야 할 만큼 통상임금 파급력이 매우 크다”고 토로했다.

한편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이 향후 현대차 임금협상에도 일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도 판결 후 덩달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시급제에서 월급제로 전환하고 전체 임금구조에서 기본급 비중을 높이는 임금체계개편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아차 노조가 확대된 통상임금으로 현대차 노조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을 경우 현대차 노조는 기아차와 총액 임금수준을 맞춰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