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주 기자] 지난달 31일 논란 끝에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골자로 한 입시제도 개편안 발표가 1년 뒤로 연기됐다. 문재인 정부 초반부터 당정청이 정책 협의에 발을 맞추고 있지만, 당정이 실질적으로 청와대 결정에 거수기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교육부가 수능 절대평가 도입 유예안를 전격 발표한 배경에는 청와대의 속도조절 주문이 결정적인 영향을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교육감을 역임하며 절대평가 도입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지닌 김상곤 장관마저 백기투항한 셈이다. 이에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증세안을 놓고 청와대와 각을 세웠지만 결국 말 바꾸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회한 바 있다.
지난달 25일 더불어민주당 워크숍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관위원 소속 의원들과 김 장관은 즉석 당정협의를 열고서 수능 절대평가 도입방안을 두고 토론했다. 일부 의원들은 유예안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결국 교육부의 기존 계획대로 개편안 발표를 강행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상황은 주말 직후 급변했다.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두고 문재인 정부 지지층에서도 민심 이탈 조짐이 보이자 신중론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 여당 핵심 관계자는 “애당초 입시제도 개편안 3년 예고제는 빌미에 불과했고, 김 장관이 절대평가 도입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며 “그런데 예상보다 여론이 안 좋자 청와대에서 속도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 관료들이 이에 전면 절대평가를 들러리로 세우고 부분 절대평가를 급조했는데, 이 전략이 실패한 것 같다”며 “핵심 권력을 쥔 쪽에서 조율하지 않고선 이렇게 급히 변경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당초 증세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에 결국 타협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지난달 2일 발표된 세법개정안의 증세안을 앞두고 혼란을 불렀던 김 부총리는 직접 자신의 ‘말 바꾸기’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공개 사과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총리는 “경제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시장에 메시지를 주고 예측가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키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시장과 국민들에게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경제팀과 함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여당은 대선 기간부터 증세 입장을 고수했지만, 김 부총리는 임명 전부터 유독 증세에 있어서는 부정적 입장에 피력했다. 그러나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과 추미애 당대표 등이 증세안을 적극 밀어붙이자 선회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정권 초반 개혁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중심을 잡는 것도 좋지만, 지나칠 경우 실질적 정책을 총괄하는 당과 정부의 입지가 좁아질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정책 시행을 결정 후 책임은 결국 정부 부처가 지게 돼 있다”며 “완벽한 정책이 존재하지 않고 부작용에 대한부담이 존재하는 한, 책임에 따른 권한을 정부에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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