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래 50년’ 전문가 제언 경영혁신·노사관계 등 변화시급 부품업계와 중장기적 협력 바탕 수직적인 문화를 수평적 문화로
창립 50년만에 가시화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위기(危機)가 더욱 우려되는 점은 ‘위험’만 있고 ‘기회’가 보이지 않다는데 있다. 독일과 일본의 고급 브랜드 자동차와 저가의 중국산 자동차의 틈새 속에서 확실한 위치를 잡지 못했고, 매년 파업이 발생하는 등 적대적 노사관계 역시 구조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미래 자율주행자동차에 대비한 외부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와 기술 투자 역시 부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50년동안 만들어진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중장기 전략에서부터 기술개발, 경영혁신, 노사관계, 시장대응 등 모든 부분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대 김정하 자동차융합대학 학장은 현대차의 위기가 기술력 부족 및 업계 흐름에 대한 인사이트 부족 등과 맞닿아 있다는 입장이다. 김 학장은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최근 ‘친환경ㆍ고안전’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현대차는 그간 품질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다 보니 이같은 변화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들은 물론 현대차 임직원 마저도 착각하고 있는 부분이 현대차의 생산력이 곧 기술력이라는 것”이라며 “현대차의 생산력이 세계 5위는 맞지만, 기술력은 10위권 밖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학장은 “고연비ㆍ저공해를 골자로 한 전기차 등 친환경차 기술 개발 및 운전자는 물론 보행자의 안전까지 생각한 고안전 차량 개발 등에 매진해야 현대차의 향후 50년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러 악재가 발목을 잡고 있지만, 현대차가 당면한 위기는 근본적으로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이투자증권의 고태봉 기업분석팀장은 “그 동안 현대차는 IMF, 서브프라임모기지 등 ‘최악의 위기’라는 고비들이 닥칠 때마다 신차를 출시해 위기를 극복해왔지만 이번에는 이같은 전략이 통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에선 일본차에, 중국에선 저렴한 현지 제품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 팀장은 따라서 현대차가 이번 고비를 넘기 위해선 소구력있는 상품을 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앞으로 나올 주력 차종의 성능 등이 현대차의 향후 실적을 가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사의 위기가 곧 현대차의 위기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사드 및 FTA처럼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차치하면 결국 현대차의 실책은 노사 관계를 건전한 방향으로 정립하지 못한 점이란 것이다. 이 교수는 “상황이 좋을 때 임금이 오르는 건 문제가 안 되지만, 어려울 때는 노사가 함께 협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국내의 임금 보상 체계도 미국과 유사한 형태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서비스산업처럼 실적이 안정적인 산업은 호봉제로 해도 문제가 없지만, 자동차ㆍ조선 등 실적의 등락폭이 작지 않은 산업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실적과 연계된 보상체계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금의 현대차 위기를 일시적인 부진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는 현재 위기라고 볼 수 없다. 과거보다 성장이 둔화된 것일 뿐”이라며 “다만 현재 현대차가 부진한 원인이 무엇이고 이것을 다시 정상화 시키려면 어떤 처방이 필요한지 살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나아가 현장의 목소리에 현대차가 향후 50년간 나아갈 방향이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과거 현대차가 자사의 경쟁력이 부품업계 경쟁력과 무관하지 않다고 언급한 대로 부품업계와의 중장기적인 협력을 새로운 모멘텀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문화부터 수평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도 나왔다. 나아가 수직계열화된 기업 구조 역시 민첩하고 자율적인 네트워크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앙대 이남석 경영학과 교수는 “경직된 현대차 기업문화는 변화무쌍한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전략을 수립하는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기존에 패러다임이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수직계열화 전략이 효율적일 수 있지만, 모든 것이 새롭게 변화하는 미래 상황에서는 수직계열화가 오히려 부메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도제ㆍ박혜림 기자/pdj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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