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개혁안에 유통업계 패닉 기업비용, 소비자전가 우려 배상금 노린 소송남발도 걱정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통업계의 ‘갑질’을 근절키 위한 매서운 칼날을 빼들면서 유통업체가 패닉에 빠졌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3일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통해 불공정행위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배상금으로 피해액의 3배를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키로 하는 등 유통개혁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거액의 배상을 통해 불법행위를 예방한다는 징벌적 손배제의 효과보다는 이중처벌, 남소 우려 등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본래 징벌적 손배제의 목적은 ‘처벌’보다는 ‘예방’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공정위는 배상금을 피해액의 3배로 물려 불법행위 반복을 막고 그 유혹을 처음부터 차단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 최초의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2011년 3월 ‘하도급법’에 도입될 때부터 득보다 실이 많다는 평가가 우세했다는 점을 유통업계는 주시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유통업계 관계자는 14일 “(첫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당시 법무부와 공정위도 ‘민법상 실손해액 배상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남소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도입에 반대했었다”며 “이후 징벌적 손배제는 기간제법, 신용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대리점 법 등으로 점차 확대됐지만 문제는 많았었다”고 말했다.
실제 징벌적 손배제는 각 분야로 확산되고 있음에도, 그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는게 중론이다. ‘징벌’이라는 형사적 요소를 민사에 도입했을 때 형사와 민사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법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에선 형법과 민법 체계가 엄격히 분리돼 손해를 끼친 피해에 상응하는 액수만을 보상하게 하는 ‘실손해배상제도’를 시행중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할 경우 형사로 처벌한 것을 민사로 또 처벌하는 ‘이중처벌’이 되는 문제점도 거론된다.
이상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징벌적 손배제는 해당 기업이 피해액의 3배를 배상금으로 내고도 형사 제재를 따로 받을 수 있어 이중 제재의 성격이 있다”며 “결국 소송 대비, 보험 가입 등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 늘어나면서 장기적으로 이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로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