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서울로 데려가 주시겠어요?”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霧津紀行)’의 한 구절이다. 여교사 하 선생은 서울 대학 시절 성악을 했다. 졸업연주회 때 ‘나비부인’ 중 ‘어떤 개인 날’을 불렀다. 무진으로 발령난 뒤 골방에 틀어박혀, 출세욕에 찌든 노총각 세무서장과 백면서생 국어교사 사이에서 술상을 두들기며 유행가 ‘목포의 눈물’을 부른다.
책장에서 무진기행을 다시 꺼내봤다. 기시감(旣視感)이 들었다.
“죽어도 시골은 싫네요. 친척 교사중에 소사(小使)랑 반강제 결혼하신분이 있어서요. 여성을 물건 취급하고 성폭력에 너무나 관대한 충남 전남 가서 일하기는 진짜 싫어요. 남자 선배님들이나 지역에 연고 있는 선배님들이 나서서 지원해주시면 안 될까요?”
초등교사 임용절벽에 한 서울교대생이 올린 글이다. 모든 서울교대생이 저리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편으론 서울교대생의 가장 솔직한 심정을 대변했다고 보여지기도 한다.
부정적인 댓글이 이어졌다. 타지역 교대생들의 반발도 나왔다. 여론이 말하는 밥그릇 싸움, 특권의식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선생하나 지방에서 선생하나 다 같은 선생인데 백수는 뭔 백수. 지방은 절대 싫고 본인은 백수가 되면 안 되나.
남들이 차마 못할 말을 날 것 그대로 옮긴 저 글은 물론 문제의 소지가 있다. 특정 지역을 비하했고 남성에 대한 역차별의 소지도 있다. 내가 싫어하는 것은 남도 싫어한다는 기초적인 의식도 없다.
그러나 그런 비판을 제하고, 다시 생각한다. 지금 서울교대생들에게 쏟아지는 질책은 정당할까. 너 힘드냐. 난 더 힘들다. 청년 백수 많다. 서울교대생도 취업문 좁아지는 것 감수해라. 전국 따지면 빈자리 많으니 서울 아닌 곳 교사로 가라. ‘꼰대’의 어법은 아닌가.
현재 사태의 책임은 졸속으로 교사 임용 정원을 정한 교육당국에 있다. 지난 수년간 서울 지역 교사 임용 정원 예측을 제대로 못했다. 정원 미달 사태가 계속 발생했지만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교사들에 대한 유인책도 마련 못 했다. 교대생이 들고 일어나자 부랴부랴 문재인 대통령 공약집을 뒤져 1수업 2교사제를 꺼내 들고 왔지만, 본래 취지와는 맞지도 않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교대생에게 무진의 여교사가 되라고 하는 것.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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