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3조원대로 급감…2년6개월여만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한국항공우주(KAI)의 시가총액이 이틀 만에 2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방산비리 수사에 이어 대규모 분식회계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시총은 며칠 사이 앞자리를 바꿔가며 쪼그라들었다. ‘국내 최대 방산업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다. 증권가에서는 진위가 밝혀지기 전까지 주가 하방도 예측할 수 없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AI 주가는 지난 2~3일 36.36% 빠졌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은 5조1170억원에서 3조752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단 이틀 만에 1조3650억원이 증발한 것이다. 지난 4일 개인을 중심으로 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가는 1.30% 반등했지만, 그간의 낙폭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검찰이 방산비리 혐의로 KAI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한 지난달 14일 이후로도 KAI의 시총은 4조원대 후반에서 5조원대 초반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2일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된 후 상황은 달라졌다. 시총이 며칠 사이 급감해 3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5년 1월16일(3조8300억원) 이후 2년6개월여만이다.
시총 순위도 급락하고 있다. 이달 초 유가증권시장 시총 59위에서 지난 4일 76위로 내려앉았다.
이는 KAI와 관련된 이슈가 ‘예상 경로’를 벗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서 KAI에 제시된 의혹은 원가 과대 책정,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 등이었다. 하지만, 최근 제기된 분식회계 의혹은 차원이 다른 부분이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여건) 훼손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다. 지난달 검찰이 KAI에 대한 방산비리 수사에 착수한 이후 투자자의 우려는 수주 입찰 프로젝트ㆍ생산활동 중단이나 경영진 공백 등에 쏠렸다. 증권가에서는 KAI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최대 13%, 22%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적정주가는 4만원대 중반으로 제시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달부터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와중에도 KAI는 태국으로부터 완제기 수출계약에 성공하면서 주가도 적정가치에 맞게 움직이고 있었다”며 “하지만, 분식회계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투자자가 더는 재무정보를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에 주가의 바닥을 계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정밀수사 착수로 기업의 펀더멘털 측면에서의 위험이 커졌다”며 “현재로서는 적정가치 산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KAI에 베팅하고 있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지난 2일 이후 3거래일간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626억원, 1325억원 KAI 주식을 팔아치운 반면, 개인은 1890억원어치 사들였다.
성 연구원은 “수사과정에서 분식회계 혐의 외에 추가 의혹들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며 “기존 의혹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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