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ㆍ시민단체 출신, 관료사회 대거 진출 공석 31곳ㆍ임기 만료 19곳…122곳 ‘출렁’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문재인 정부의 인사 작업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공공기관장 및 각 부처 1급 이상 고위 공무원에 대한 물갈이설로 관료사회가 숨죽인 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재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이미 임기 만료된 기관을 비롯해 올해 임기만료예정인 공공기관은 122곳이나 된다.
문 정부 출범이후 중앙행정기관에 속하는 18부 5처 17청의 인선 결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행정안전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주요 부처 장관이 대선 캠프 출신 또는 집권당(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시민단체 관계자들로 채워진 상태다. ‘늘공(늘 공무원)’이 배제된 대신 그 자리를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장악한 셈이다.
▶어공 대거 진출로 ‘관료 패싱’ 표면화= 문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김영주 민주당 의원을 지명하면서 18개 부처 장관 중 17개 부처에 대한 인선이 끝났다. 정부조직개편으로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를 제외한 전(全) 부처의 장관 인선이 마무리된 것이다.
문 정부 초대 내각의 특징은 더불어민주당 정치인과 대선캠프 출신으로 대부분 채워졌다는 점이다. 김 후보자가 임명 절차를 통과할 경우 장관 중 민주당 현역의원은 5명으로 늘어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백운규 산업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 정현백 여가부 장관 등 대선캠프 또는 시민단체 출신까지 합치면 국무회의의 절대 다수가 여당의 정치적 성향에 일치하는 인물로 채워졌다. 일각에서는 문 정부가 ‘관료패싱(정무직 인사 및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서 관료출신을 최소화하는 것)’ 을 표면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문 정부의 인사 기조는 외청장이나 1급 인사에도 반복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의례적으로 상위부처 1급자리로 여겨졌던 외청장 인사도 학계나 시민단체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통계청장에는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산림청장에는 김재현 건국대 산림조경학과 교수를 각각 임명했다. 또 경제관료 몫으로 인식됐던 관세청장에 검사 출신 문 대통령 고교 후배인김영문 변호사를 내정했다. 경제관료를 배제시킨 관세청장 인선은 경제부처에 대한 정권핵심부의 불신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때문에 25년 이상 공직생활을 해 온 각 부처 1급들의 상실감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승진만 바라보며 평생을 일했는데 장차관 및 외청장 등 주요 보직인사에서 배제된 것 뿐만 아니라 정권의 불신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세종청사 한 과장급 인사는 “관료사회가 불신을 받고 선배들이 주요 장차관 인사에서 배제되는 것을 보면서 회의감을 갖는다”면서 “과연 이런 분위기에서 대한민국 공무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겠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공공기관장 3분의 1이상 물갈이 예고= 2일 헤럴드경제가 공공기관 경영고시 ’알리오‘를 분석한 결과, 총 335곳(본부 332ㆍ부설기관 23) 중 기관장 공석인 기관은 31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기관장 임기가 만료된 기관 19곳을 비롯해 ▷8월 임기 만료 예정 5곳▷9월 11곳 ▷10월 20곳 ▷11월 18곳 ▷12월 8곳 등 총 122개 기관장 인선이 불가피하다.
한국석유공사와 서울대병원, 한국노동연구원,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은 기관장 임기 만료가 내년이지만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적폐기관장으로 지목한 공공기관장 10명에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 인선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공대위가 지목한 적폐 기관장 가운데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과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박기동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도 채용의혹 등으로 물러났다.
또 산업부 소속 공공기관인 한국동서발전과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의 수장은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된 상태로 인선이 필요하다.
10년 동안 야당이었던 여당에 인사 숨통이 터질 것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일부 기관장 자리에 대한 하마평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대선 논공행상은 없을 것이라는 청와대 입장과는 달리 과거의 행태가 다시 되풀이될 가능성이 점점 터 커지면서 공직사회는 무기력에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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