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작성 前청와대 행정관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 경제현안 차원서 정리” 법정 증언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문건이 통상적인 경제 현안 파악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내달 7일로 예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재판에 대한 결심 공판을 앞두고 핵심 증거로 주목받던 이른바 ‘청와대 캐비닛 문건’의 증거능력이 예상 보다 미미한 것으로 드러나 향후 재판 결과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청와대 캐비닛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제4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 등 각종 경제현안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직접 정리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현직 검사인 그는 청와대 민정실 소속으로 파견돼 2014년 6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당시 민정비서관이었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밑에서 근무했다.
이 전 행정관은 이날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증거로 제시한 캐비닛 문건 메모에 대해 직접 작성했다고 확인했다.
특검이 공개한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 기회로 활용’이라는 문구와 함께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 가시화, ‘경영권 승계 국면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건 도와주며 삼성이 국가 경제 기여할 방안 모색’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메모 작성 배경에 대해선 우병우 전 민정수석(당시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삼성에 대해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받고 일명 ‘삼성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메모를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 전 행정관은 메모 내용에 관해 검찰 조사에서 “당시는 이건희 회장의 와병이 장기화하면서 언론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가 현안으로 많이 거론됐다”며 “그러다 보니 이재용 경영권 승계 문제를 위주로 검토 보고서가 작성됐고 초안용 메모에도 그런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메모 작성 과정에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라는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증언은 이 메모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한 것이 아닌, 당시의 핵심 경제 현안 파악을 위한 목적에서 작성된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어서 재판 과정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재용의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를 검토해 보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삼성에 관해 검토해 보라는 취지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정비서관에게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라는 지시를 받고 작성한 게 아니지 않으냐”는 이 부회장 변호인의 질문에 “그런(지시를 받은) 기억은 없다”고 답했다. 경영권 승계가 적힌 메모가 특검이 주장하는 ‘부정한 청탁’과는 무관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것이다. 그는 또 “정부에서 삼성에 어떤 도움을 주더라도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검토된 것”이냐는 물음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재판을 두고 캐비닛 문건 작성 과정에 우 전 수석이 관여된 것을 확인한 것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매출과 이익 규모에서 국내 1위를 기록 중인 기업의 총수가 병환으로 쓰러짐에 따라 향후 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 현안 파악을 위한 메모를 작성한 것이어서 행정부의 통상적인 업무 행위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당시에는 다른 경쟁 기업들 내부 기획실에서도 이건희 회장의 부재에 따른 파장 등을 파악하는 보고서가 작성됐다”라며 “하물며 국가 경제를 이끄는 청와대에서 관련 보고서가 작성되는 것은 상식적인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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