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구인영장 거부 朴행위, 불리하게 작용할수도”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19일 열린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끝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의 1심 재판은 뇌물수수자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의 법정 증언 없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9일 이 부회장의 공판에 증인 출석을 거부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강제 구인을 시도했다. 박 전 대통령이 출석을 거부하면서 이날 증인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건강상 문제가 있고 자신의 형사재판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자필 불출석 사유서를 특검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물리력을 동원할 수는 있지만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박 전 대통령을 구인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 신청은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박 전 대통령을 증언대에 세우려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결심공판이 내달 4일로 예정돼있고 다른 증인들의 신문 계획도 잡혀있다”며 “박 전 대통령이 마음을 바꿔 법정에 나오겠다고 하지 않는 한 다시 구인영장을 집행해 증인신문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 부회장의 남은 재판 일정도 빠듯하다.
이 부회장의 결심공판은 내달 4일로 예정돼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 기한이 내달 28일 자정 끝나는 걸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오는 26일 최순실(61) 씨를 증인신문하고, 27일과 28일에 걸쳐 피고인 이 부회장과 삼성 전ㆍ현직 임원 4명을 차례로 신문할 예정이다. 내달 1일과 2일에는 특검과 변호인단의 쟁점별 프레젠테이션(PT)을 듣기로 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법정 진술이 없더라도 이 부회장 재판을 마무리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2015년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정치인 8명에게 불법 자금을 건넸다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서는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성 전 회장이 숨져 검찰 조사를 받지 못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생전에 남긴 기록과 녹취 파일 등을 모아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뇌물수수자가 수사와 공판단계에 걸쳐 계속해서 진술을 거부하는 특수한 상황인 경우에는 재판을 끝내지 못할 이유가 없어보인다”며 “여의치 않을 경우 박 전 대통령 재판의 공판 조서를 넘겨받아 이 부회장 재판의 증거로 채택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특검 수사와 공판 단계에 걸쳐 진술을 거부했다. 특검에게는 ’안종범 수첩‘과 같은 간접 증거를 모아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지워졌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나왔더라도 증언을 거부했을 가능성이 커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재판부의 구인영장까지 거부한 박 전 대통령의 행위에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박 전 대통령이 특검의 질문공세를 받는 과정에서 불리한 답변을 할까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법부의 구인영장을 거부하는 건 법절차를 무시하는 태도로 간주돼 훗날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