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300종 자료 발견” -삼성 승계, 문체부 인사, 간첩 사건 등 개입 정황 -이날 중 검찰 제출…‘국정농단’ 재판 영향 클 듯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청와대는 14일 최근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 사정 부문이 사용하던 캐비닛에서 삼성 경영권 승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문화체육관광부 주요 인사 전횡을 보여주는 약 300종의 문건과 메모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해당 문건 일부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재판과 관련있다고 판단하고 이날 중 검찰에 사본을 제출할 예정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난 3일 민정비서관실 본관을 재배치하던 중 이전 정부 민정비서관실 사정 부문이 사용하던 캐비닛에서 회의 문건과 검토 자료, 메모 등 300종에 육박하는 자료를 발견했다.
박 대변인은 청와대가 발견한 일부 자료에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의도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정치적 기회로 삼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 “문체부 주요 간부 검토”, “국실장 전원 검증 대상”, “문화ㆍ예술계 건전화로 문화 융성 기반 정립”, “건전 보수권을 국정 우군으로 적극 활용”이라는 대목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노태강 제2차관 등 문화부 일부 간부에 대한 인사 전횡을 하고 문화계 사상 검증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인사 전횡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아울러 박 대변인은 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적은 것으로 보이는 메모의 사본도 공개했다. 메모에는 “일부 언론 간첩 사건 무죄 판결”, “조선 간첩에 대한 관대한 판사”, “사제 정보 수사 협업으로 신속 특별 행사법 입법토록 → 안보 공고히”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이에 따라 국가정보원의 증거 조작 사건으로 드러난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재판에 대해 이전 청와대가 개입하거나 깊은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아울러 김 전 수석의 필적으로 추정되는 메모에 담긴 “대리 기사 남부 고발 철저 수사 지휘 다그치도록”이라는 문구는 2014년 9월 벌어진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원회의 대리 기사 폭행 건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박 대변인은 “이들 자료는 소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박영수 특검팀이 전임 정부 민정수석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이전에 특검이 법원을 통해 민정수석실 등의 관련 자료에 대해 사실 조회를 한 바 있으나 당시 거부됐다. 하지만 관련 자료들이 이번에 발견됨에 따라 그 사본을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중으로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에 제출하지 않는 일부 자료는 이날 중으로 국정기록비서관실에서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일 발견된 자료를 약 2주가 지난 뒤 이날 발표한 사유에 대해 “굉장히 중요한 부분과 민감한 부분이 있어서 여러 가지 법리적 검토와 내용적 검토가 필요했고 시간이 며칠 걸렸다”라며 “해외 순방 기간을 포함해 많은 인력들이 해외에 나갔다 왔고, 발표에 필요한 완성도가 오늘 이르게 됐다”라고 밝혔다.
또 300종의 자료 중 일부 내용을 공개한 기준에 대해 “이런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현행법 규정의 위반이 아니라는 것을 검토했다”며 “발견했다고 하면 (국민들이) 도대체 뭐냐고 궁금해할테니 일부 제목이라도 알려드리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박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연루된 ‘최순실 국정농단’ 재판 내용과 연관된 자료를 다수 발견하고 검찰에 제출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재판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