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눈물을 보였다. 유가족의 추도사에 눈물을 흘린 문 대통령의 모습은 이 시대에 재조명될 5ㆍ18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대통령의 눈물은 백 마디 말보다 울림이 크다. 말은 잊히더라도 눈물은 남는다. 역대 대통령의 눈물이 국민 마음속에 잊히지 않는 이유다.
문 대통령이 이날 눈물을 보인 건 5ㆍ18 유가족 김소형(37) 씨의 추도 글에서였다. 김 씨는 1980년 5월 18일에 태어났다. 김 씨의 부친은 출산 소식에 광주에 왔다가 시위에 참여, 계엄군 총탄에 숨졌다. 김 씨는 부친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 부친을 기리는 김 씨는 이날 추도 글을 읽던 도중 울음을 터뜨렸다. 객석에서 이를 보던 문 대통령도 눈물을 흘렸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친 문 대통령은 김 씨가 퇴장할 때 직접 무대 위로 올라가 김 씨를 안았다. 김 씨는 문 대통령이 오는 걸 알아채지 못해 계속 걸어나가 무대를 퇴장하려 했고, 문 대통령은 김 씨를 부르는 대신 계속 김 씨 뒤를 쫓아가 그를 안으며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도 눈물을 보인 바 있다. 지난 4월 13일 세월호 3주기에서 문 대통령은 추모 노래를 듣다 마지막엔 결국 눈물을 훔쳤다. 눈물을 참으려다 끝내 참지 못한 문 대통령의 모습은 이후 대선 기간 TV광고로도 담겼다.
문 대통령의 눈물과 관련된 일화는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이창재 감독으로도 알려졌다. 이 감독은 최근 언론시사회에서 영화 내 문 대통령과의 인터뷰 당시를 회상하며 “인터뷰를 하면서 살짝 눈물을 흘리시려고 했는데 바로 일어나셔서 구석으로 가 홀로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고 오시더라. 당신의 절제인지 눈물은 절대 안 보이시려 했고 실제로도 안 보이셨다”며 “모르겠지만, 최소한 쇼맨십에 능한 분은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고서 영화가 끝나고도 좀처럼 자리를 일어서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던 적도 있다. 이 영화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문 대통령은 당시 영화 소감을 묻는 데에 “오늘은 소감을 말 못하겠다”고 말을 잇지 못했었다.
노 전 대통령의 눈물도 지금까지 회자된다. 대선 TV 광고에서 노 전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노무현의 눈물 한 방울이 대한민국을 바꾼다’는 문구와 함께 나왔다. 당시 광주지역 경선에서 파란을 일으켰던 노 전 대통령은 이를 기반으로 ‘노무현 열풍’을 몰고왔다.
뒤늦게 공개된 노 전 대통령의 눈물도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출판기념회에 보낸 노 전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에서다. 노 전 대통령은 영상에서 “나한테는 가장 잊을 수 없는 것이, 내가 대통령이 된 뒤에도 굉장히 여러 번 곤경에 빠졌었는데, 안희정 씨가 이제 나 대신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다 했죠. 난 엄청난 빚을 진 것입니다”라고 말한 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책을 바라봤다. 이내 눈물을 쏟아내고선 이를 감추고자 한동안 책으로 얼굴을 가렸다. 당시 안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을 고려, 이 영상 메시지를 공개하지 않았고, 이후 봉하마을 측으로부터 세간에 나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오열한 장면도 심금을 울렸다. 김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에서 휠체어를 탄 채 참석,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서 오열했다. 공식 석상에서 좀처럼 눈물을 보인 적 없던 김 전 대통령이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87년 민주당 상임고문 시절에도 광주 5ㆍ18 유가족을 안고 오열했고, 그 모습은 김 전 대통령의 기록물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