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다른 정당과 통합보다 자강을 택한 바른정당이 ‘개혁보수’ 노선에 시동을 걸고 있다. 문재인 정부 정책에 찬성할 건 찬성하고 반대할 건 반대하는 ‘보수 야당’으로서 캐스팅보트를 자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5ㆍ18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서 두 보수 진영 지도부의 모습은 달랐다. 문 대통령의 지시로 9년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되자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등과 손을 잡고 함께 부른 반면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입을 꾹 다물고 제창을 거부했다.
정부와 보수 진영이 주장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 기념곡 지정 및 법제화에 대해서도 바른정당은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대선 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은 17일 광주 민주묘지를 찾아 “광주ㆍ전남 시도민들이 원하면 기념곡 지정이 가능할 것”이라며 의원들과 상의하겠다고 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박승춘 전 보훈처장이 (박근혜 정부에서) ‘임 행진곡’ 제창을 거부한 것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수를 뒀다.
문 대통령이 “5ㆍ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선언한 것을 두고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조영희 바른정당 대변인은 18일 논평에서 “헌법은 국가가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를 함축적으로 담는다”라며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얻었을 때만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다만 황영철 의원은 19일 한 라디오에서 “5ㆍ18 정신을 헌법에 담는 건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그것만을 담기 위해 개헌할 순 없다”며 정부 구조 등 전반적 개헌 논의가 이뤄지길 촉구했다.
한편 일부 안보ㆍ경제 정책에 대해선 ‘야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원식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당이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원점 재검토를 시사하자 조 대변인은 “국가 안보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하고 한미 동매을 약화시키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전체회의에서 홍석현 미국 특사 등이 외교 무대에서 사드 국회 비준 동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 대해 “국회 비준 동의가 문재인 정부의 첫 문제라면 야당과 먼저 협의할 일이지 외국과 협의돼선 안 된다”라며 정부와 여당의 설명을 요구했다.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시대’를 추진하는 데 대해 “비정규직 문제 대처와 격차 해소라는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우리 경제를 악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건 결코 공짜가 아니다. (2016년 기준) 332개 공공기관 중 231개가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늘어나는 인건비는 결국 세금이나 요금 인상, 국민 부담으로 귀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강한 야당’을 표방하는 한국당의 동의 없이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패스트트랙’ 의결 정족수 180석이 필요한 상황에서 바른정당은 정책 찬반을 통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노리고 있다. 진보 진영인 민주당(120명), 국민의당(40명), 정의당(6명) 소속 의원을 합쳐도 166명에 불과하고, 바른정당(20명)까지 가세해야 비로소 180석 이상의 표가 모인다.
